한국교총과 교육부가 2000년 상반기 교섭·협의에서 합의한 수석교사제 도입에 대해 학계에서도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일부 교원단체에서 수석교사제를 '교사 죽이기 정책'이라고 반발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서울교대 허종렬교수는 지난달 31일 열린 '교직발전종합방안 대토론회'에서 '교원인사 및 복지제도의 발전방향'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수석교사제는 교원의 전문직으로서의 지위향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미국, 일본 등 외국에서 직급의 다단계화를 취하는 취지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허교수는 교원처우를 개선하고 승진적체를 해소하며 동시에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수석교사제의 도입여부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은 피하고 쟁점이 되고 있는 '수석교사의 정원 제한'에 대한 법리적 해석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우선 허교수는 교육부안대로 수석교사의 비율을 총정원의 10%로 제한하면 수석교사제는 승진루트로 전락, 결국 인사적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교총의 주장에 공감했다. 즉, 수석교사를 직급제가 아니라 자격제로 하여 그에 상응한 자격을 갖추면 정원에 제한을 두지 말고 임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교수는 수석교사제에 정원 제한을 하려는 것은 교총과 같이 수석교사를 교원자격체계에서 또 하나의 자격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정부처럼 일종의 직급으로 볼 것인지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직급으로 보면 정원 제한이 타당하고 자격으로 보면 제한을 두어서는 안된다는 것. 그렇다면 교직사회는 직급사회인가, 자격사회인가. 허교수는 교육공무원들에게는 직위만 부여할 뿐 직급은 부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허교수는 "우리가 흔히 직급으로 알고 있는 2급정교사, 1급정교사, 교감, 교장은 직위를 말하는 것이지 직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교육공무원 승진규정 제9조에서 교감과 교사, 장학사와 교육연구사 등을 평정대상자의 '직위'라고 하여 이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임용권자 또는 임용제청권자는 법령에서 따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속 교육공무원에 대하여 그 자격에 상응한 일정한 직위를 부여하여야 한다'는 교육공무원법 제17조 제1항의 규정도 예로 들었다. 교육공무원에게 직급제를 적용하지 않고 자격제를 적용하는 것은 직무의 특수성 때문이다. 이는 초·중등교육법상 교장, 교감, 교사가 본질적으로는 학생을 '교육한다'고 하는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과 교육법 75조의 개정에서도 입증됐다고 허교수는 밝혔다. 구교육법 75조가 교사는 '교장의 명을 받아'에서 '교장의 지도를 받아'로, 다시 '법령에 따라서 가르친다'고 개정된 것은 가르치는 직에 종사하는 구성원의 직무 동등성을 인정한 결과라는 것이다. 허교수는 "이런 점에서 볼 때 교육부가 수석교사제를 도입하면서 이것을 직급으로 보려는 것은 교직사회가 일반직공무원 사회와 다른 무계급 사회라고 하는 본질을 놓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미 법령에서 그렇게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점을 인식하지 못하면 법치행정의 원칙을 소홀히 다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낙진 leenj@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