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국회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해 도입 시기가 2009년 3월로 1년 연기됨에 따라 대학들의 로스쿨 준비 계획이 상당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당초 도입시기로 알려졌던 2008년 3월에 맞춰 이미 상당부분 시설 투자나 교원 확충 등의 투자를 해온 대학들은 로스쿨 도입 연기로 인한 재정적 부담과 준비 계획상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한양대 법과대학은 2008년 3월 로스쿨 도입 계획에 맞춰 법조인 8명을 새로 채용해 교수 정원 40명을 채우고 독립건물로 제3법학관 신축도 이미 마치는 등 '하드웨어'에 대한 준비는 다 끝낸 상태.
한양대 관계자는 "달리기 준비를 다하고 있는데 출발을 알리는 방아쇠를 안당겨 힘이 확 빠지는 기분"이라며 "1년 연기된다고 해서 당장 큰 어려움은 없겠지만 계획적으로 준비해오던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리 예고라도 해줬다면 덜 할텐데 준비를 다 해놓은 상태에서 국회 일정 때문에 갑자기 연기가 된다고 하니 더 당혹스럽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양대는 이에 따라 이미 지은 새 건물은 기존 학생들도 쓰도록 하고 로스쿨 수업에 맞는 교수법 개발, 활용방법 등을 모색하는 등 내실을 좀더 다지는 쪽으로 준비일정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건국대 역시 당초 일정에 맞춰 이미 건물 신축을 끝내는 등 준비에 한창 나서고 있던 상황이라 다소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학교 관계자는 "로스쿨 설치 기준에 맞추려면 교수도 더 채용해야 하고 도서관 장서도 5만권까지 확충해야 하는 등 비용 투자가 만만찮다"며 "일정이 미뤄지면 돈도 그만큼 더 들어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명지대 이상용 법학과장 역시 "건물 신축, 2학기 교수 신규 채용 등 계획대로 일정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시기가 늦춰진다는 소식을 접하니 당혹스럽다"며 "계획대로 계속 추진을 해야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입 시기 연기로 인해 대학들 간 불필요한 경쟁이 과열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K대 법과대학의 한 관계자는 "시기가 늦춰지면 후발주자들이 준비할 기간이 더 늘어나는 것이고, 그만큼 대학들 간 불필요한 경쟁도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뒤늦게 로스쿨 설치 준비에 뛰어들었던 학교들은 도입 시기 연기로 인해 그만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며 내심 반기는 모습이다.
이상영 동국대 법과대학장은 "작년부터 로스쿨 도입을 추진한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1년의 시간을 벌게 된 셈"이라며 "아직 초빙한 교수가 20명이 채 안되는데 시간을 벌었으니 차분히 준비해 내실있는 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연세대 백태승 법학대학장은 "과잉이라 할 정도로 시설투자나 교원 충원을 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1년 연기로 인한 혼란이나 차질은 없을 것"이라며 "법안 통과 등이 좀더 본격화되면 시설 투자 등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세대는 이번 2학기에 교수 3명을 충원하는 것을 비롯해 최종적으로 총 45명의 교수(2학기 충원 인력 3명 포함해 현재 34명)를 확보할 예정이며 2천여평의 건물도 새로 짓는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