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초등학교 학생들이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직접 영화로 만들어 화제다.
주인공들은 전남 무안군 삼향면의 삼향동초등학교 어린이들. 이 학교 학생들은 지난달 29일 학교강당에서 학부모 등 마을 주민들을 모시고 자신들이 만든 영화 '우렁이의 하루처럼' 시사회를 가졌다.
이 영화는 무안군이 전국문예회관연합회에 신청해 '우리마을 영화만들기' 사업자금으로 받은 1천100만원을 지원한 것이 계기가 됐다. 창작영화인 모임인 '창시'가 지난달 4일부터 29일까지 아이들의 영화 제작을 도왔다.
전교생 90여명 가운데 40여명의 아이들이 약 2주 동안 영화 시나리오 작성법, 촬영, 동시녹음 등 기초 제작법을 배운 뒤 직접 제작에 나섰는데 그동안 창작연극 시범수업에서 배웠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숙제로 마을 우물에 얽힌 전설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벌어지는 시골학교 아이들의 갈등과 고민, 무던한 심성을 짜임새있게 줄거리에 녹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향면 맥포리 등지에서 10여일 동안 하루 3시간 정도를 들여 영화제작을 했으며 실제 마을 이장님과 100살이 넘은 할머니 등이 조연급 배우로 출연해 아마추어의 리얼리티를 살리고 귀여운 사투리를 곁들여 감칠맛을 더했다.
또 후반부에는 아이들이 빗속에서 우산을 들고 노래와 율동도 선보이는 등 뮤지컬 형식도 가미해 작품성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홍준(6년)군 등 영화제작에 참여한 아이들은 시사회에서 "친구들과 협동심이 높아졌고 감독.딱딱이.동시녹음.연기 등 영화에 관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 영화는 오는 8월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특별 상영되고 10월 대한민국 청소년영화제에 출품될 예정이다.
아이들의 영화작업을 지도한 '창시'의 신지승(42) 감독은 "굉장히 어려운 주제와 전개과정을 짧은 시간에 소화해 낸 아이들의 문화적 역량에 놀랐다"며 "전설을 재창조해 시나리오로 구성하는 등 작품적 수준이 어린이답지 않게 뛰어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