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공모제가 아니라 수석교사제가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대안이다. 19일 열린 서울지역 부장교사 대회는 이러한 교단의 정서를 확인한 자리였다. 이 날 부장교사들은 무자격 교장공모제가 도입되면 누가 학교 일을 헌신적으로 수행하려 하겠느냐고 걱정했다. 교장공모제가 도입되면 교원 정년단축보다 학교현장을 더욱 피폐하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전문가인 교원들이 비전문가인 몇몇 학부모들의 손 위에서 저울질 당할 것을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하다고도 했다. 오죽하면 부장교사직 총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기필코 저지하겠다고 결의했겠는가.
무자격 공모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교장의 인사권자가 정부와 법․제도에서 학교운영위원인 학부모와 교사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교원들의 위상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와 교육권을 위임받은 전문가의 지위에서 당해 학교 몇몇 운영위원들의 인기를 염두에 둬야 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반면 수석교사제가 도입되면 교직의 전문성이 고양되고 공교육의 질이 향상되는 효과가 예상된다. 왜 초․중등 교원의 정년만 일시에 3년이나 단축 당했나. 사회 일반이 교수들의 전문성은 인정하나 교사들의 전문성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직에 발을 딛고 3년이 지나면 1정 교사자격증을 취득하고 정년퇴직 때까지 가는 현행 교원자격제도는 나이가 들수록 경력이 쌓일수록 무능해 보이게 하는 착시현상을 부른다.
이제 교직생애의 진로를 관리직과 수석교사로 다양화해 교장․교감 등 관리직으로 진출하지 않고 정년퇴직할 때까지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생활해도 부끄럽지 않은 인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청와대와 교육혁신위, 일부 학부모단체 임원들, 국회의원들은 학교교육을 살릴 대안으로 수석교사제를 교장공모제의 덤으로서가 아니라 우선해서 논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