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되면 친구들하고 함께 놀러 갈 계획이었는데...”
지난 20일 방학을 하루 앞두고 발생한 불의의 교통사고로 5명의 친구들과 제자를 잃은 충남 청양군 비봉면 가남초등학교는 침울함이 가득했다.
21일 오전 학교 강당에서 열린 여름방학식에서 사랑하는 제자와 친구들을 급작스런 사고로 한꺼번에 5명이나 잃은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시울을 붉혔다.
가남초교는 전교생이 91명에 불과한 미니학교로 교사와 학생 모두 형제자매, 부모자식과 같은 정을 나누던 터라 이들의 슬픔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정재명 가남초 교장은 "학부모들에게 학생들을 학원에 보내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부모들의 자녀교육 욕심으로 아이들이 이런 화를 당했다"며 "건강이 무엇보다 소중한 만큼 학원 다닐 생각하지 말고 집에서 열심히 공부하라"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정 교장은 "학생들에게 오후 4시 무렵까지 방과 후 교육을 시키고 있는데도 부모들의 욕심은 끝이 없다"며 "사고를 당한 학생들이 피아노를 배우러 다녔다는데, 학교는 피아노와 피아노를 가르칠 교사가 부족해 학생들을 말릴 수가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5학년 김문주 학생과 절친했던 박은지(12)양은 "문주와 어제 싸우고 헤어졌는데 이런 사고를 당했다니 마음이 너무 아프고 믿겨지지 않는다"며 "친했던 친구들이 끔찍한 교통사고로 숨져 밖에 다니기가 무섭고 두렵다"고 말했다.
김경민(10)양도 "문주 언니는 동생들에게 무엇이든 나눠주고 챙겨주는 정말 착한 언니였다"며 "언니들하고 친구들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게 전혀 실감이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피해 학생들이 공부하던 교실 책상에는 조화만이 덩그러니 차지하고 있어 보는 이들을 숙연케했다. 특히 김문주 학생의 책상에는 며칠 전 숙제로 제출한 시가 적혀 있어 눈길을 끌었다.
'개들에게 미안하다'는 제목의 시에는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들을 챙겨주지 못해 미안해 하는 김양의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김양의 착한 마음을 짐작케했다.
이날 방학식에서 80여명의 학생들은 모두 검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불의의 사고로 먼저 하늘나라로 간 5명의 친구들의 명복을 비는 한편 지금도 병원에서 위급한 상태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10여명의 친구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했다.
피해학생들을 매일 가까운 곳에서 살펴보고 자식처럼 지도했던 선생님들은 슬픔에 목이 메인 듯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애통해 했다.
두 명의 제자를 잃은 김명선 교사는 "정말 착한 학생들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슬피 울었다.
가남초교는 이날 오후에 학교 강당에 피해어린이들의 분향소를 설치하는 한편 유족들이 가해자측과 보상에 합의할 경우 학교 강당에서 합동 영결식을 치른 뒤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손 때가 묻어있는 정든 교정을 돌아보게 할 방침이다.
앞서 20일 오후 6시18분께 충남 청양군 청양읍 학당리 E모텔 앞 내리막도로에서 음악학원 스타렉스 승합차가 마주 오던 쏘나타 승용차와 25인승 통근버스에 잇따라 충돌해 6명이 숨지고 25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