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을 비롯한 야 4당은 31일 '논문표절 및 중복 보고' 의혹으로 물의를 일으킨 김병준(金秉準)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 대한 자진사퇴 압박을 이어갔다. 야 4당은 특히 자진사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공동으로 해임건의안을 제출할 수도 있음을 내비치며 압박수위를 높였다.
한나라당 김형오(金炯旿)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등 야 4당이 내일 원내대표 회담을 열어 김 부총리의 논문표절 의혹과 관련된 대응방안을 논의키로 했다"며 "내일 회담에서 해임건의안 제출 문제가 자연스럽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김 부총리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자진사퇴를 거부할 경우 대통령이나 총리가 강제로 해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오(李在五)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당단부단 반수기란(當斷不斷 反受其亂:단죄할 것을 단죄하지 않으면, 더 큰 화를 가져온다)'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 "이번 문제를 두고 청문회를 개최한다든지 하면 노무현 정부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김 부총리의 자진사퇴나 청와대의 '결단'을 촉구했다.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상임고문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김 부총리는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 뒤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해임건의권을 규정한 헌법 제87조 3항을 언급, "민주당 의원들이 한명숙(韓明淑) 총리를 찾가가 해임을 건의토록 촉구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朴用鎭) 대변인은 논평에서 "청와대와 김 부총리가 버티기로 일관한다면 별다른 출구가 없다"며 "민노당은 적극적으로 해임요구안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주도로 야 4당이 해임건의안 '카드'를 내비치고 있지만 자진사퇴 압박용일 뿐 이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미 김 부총리의 자진사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상황인식이 선데다 여당의 선 방으로 자칫 해임건의안이 부결될 경우 오히려 김 부총리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이정현(李貞鉉) 부대변인은 "해임건의안 제출은 김 부총리측에 시간만 벌어주는 것으로 오히려 살려주는 꼴"이라면서 "가결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전여옥(田麗玉) 최고위원도 "국회가 김 부총리의 신상문제로 해임건의안을 처리 하거나 청문회를 개최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총 152석으로 재적의원의 절반이 넘는 야 4당이 전격 합의할 경우 지난해 6월 27일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 이후 1년여만에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제출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