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金秉準) 교육부총리의 사퇴문제에 대한 청와대 내부 기류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는 김 부총리의 논문 표절 논란이 처음 제기됐을 때부터 사퇴를 거론할 만한 사안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31일 '학위 거래'란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자 사실관계 규명 쪽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휴가중인 정태호(鄭泰浩)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만 해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사퇴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예고 없이 춘추관 기자실에 들러 "우선 사실관계를 규명해야 한다"며 "김 부총리가 국회 청문회 등 공개적인 방식의 사실관계 규명의 필요성을 제안했으니 국회에서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의 언급은 1일 국회 교육위의 검증 결과에 따라 김 부총리의 거취문제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도 비쳐질 수 있다.
또 이번 사안과 관련해 공개적 입장표명을 자제해온 한명숙(韓明淑) 총리가 31일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 내용을 지켜본 뒤 공식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밝히고 나선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를 놓고 한 총리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청와대 및 여당과의 교감 끝에 '총대'를 메고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즉 지난 3월 골프파문에 휩싸인 이해찬(李海瓚) 당시 총리의 사표를 노 대통령이 수리하는 과정에서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했던 것과 유사한 흐름이 아니냐는 것.
일각에서는 한 총리의 입장표명 시점이 교육위 회의 직후란 점에서 당.정.청이 이미 퇴진 쪽으로 가닥을 잡고 시기를 조율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기류 변화 조짐은 의혹의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상당한 '흠결'이 난 김 부총리를 계속 안고 가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우선적으로 작용한 것이란 해석이 적지 않다.
야당에 이어 여당마저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사퇴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의혹이 계속 불거지면서 사퇴쪽으로 의견수렴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
청와대 핵심 참모는 "오늘 언론에서 제기된 (학위 거래) 문제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면서 "그래서 국회 교육위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참모는 "노 대통령도 일단 국회 차원의 규명을 지켜봐야 되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오전 일부 핵심 관계자간 비공식 협의를 갖고 김 부총리 거취문제 등에 관한 대응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