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2일 김병준(金秉準) 교육부총리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통령과 당의 부담을 덜어준 용기있는 결단"이라며 안도했다.
우리당 의원들은 김 부총리의 '버티기'가 길어질 경우 야(野) 4당의 해임건의안 제출, 당.청관계 냉각 등으로 정국이 혼미한 상황으로 빠져들 것을 우려하고 있었기 때문인듯 사퇴 발표가 나오자 "다행이다"는 반응이 주조를 이뤘다.
또 김 부총리의 사퇴 결심이 나오기까지 여당의 '다단계 압박'이 이번 파문의 조기 종결에 일정부분 기여했다는 평가와 함께 향후 당.청 관계에 있어서 당이 정국 주도 능력을 갖춰 발언권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오전 당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김 부총리의 '결단'을 촉구했던 김근태(金槿泰) 의장은 "김 부총리가 자진사퇴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다소 억울한 점도 있으나, 국무위원은 국민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은 ""김 부총리의 오늘 사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면서 "김 부총리의 명예도 어느 정도 회복됐고 대통령도 부담을 덜게 됐고, 당도 이 문제를 다루면서 일정한 역량을 발휘했으니 모두가 윈-윈한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오영식(吳泳食) 의원은 "국민여론을 고려한 고심에 찬 결단"이라며 "앞으로 후속 인사에서 인사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가동시키고 국민여론이나 관련 분야의 의견을 수렴해서 인사가 이뤄지기 바란다"며 인사시스템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날 국회 교육위에서 김 부총리를 적극 옹호했던 정봉주(鄭鳳株) 의원은 "김 부총리에 대한 사퇴 압력은 도덕성이란 잣대를 전면에 내세우긴 했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평가를 내린 것이기에 반대했다"며 "그러나 그런 정치적 평가의 한 편에 민심이 있기 때문에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교수사회를 포함한 대학은 구조조정과 개혁이라는 거대한 쓰나미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김 부총리 지명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았는데도 인선을 강행해 결국 단명으로 낙마해 부담을 안게 됐다"며 "단타를 맞다가 대량 실점홈런을 맞은 것"이라며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친노직계 의원들은 '마녀사냥식 재판' 등의 표현을 써가며 불만을 드러냈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기홍(柳基洪) 의원은 "대통령과 당, 총리의 부담을 덜어주는 가장 지혜로운 판단을 스스로 했다는 점에서 김 부총리에게 빚이 있다"면서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이 있었던 부분도 돌이켜봐야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광철(李光喆) 의원도 "우리 사회가 광기 넘치는 여론재판을 통해서 대통령 측근인사들을 흔들고, 나라를 흔들어댄게 가슴 아프다"며 "도덕성이 강화되는 것은 좋지만 마녀사냥식으로 하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당.청 관계에 있어서 당이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지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정장선(鄭長善) 비상대책위원은 "이번에 당의 의견이 수용됐다는 것 자체가 당.청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으나, 민병두 위원장은 "우선 당이 이슈를 선점하고 주도할 능력을 갖추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