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를 제외한 15개 시·도에서 새로 선출된 139명의 교육위원이 의정 활동을 펼칠 제5대 교육위원회가 9월 1일 각 시·도별로 출범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과거와 달리 각 교원 단체는 물론 사학재단들도 공개적으로 특정한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자기들의 의사를 대신 반영해 줄 교육위원 수 확보를 위해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달랐다. 유권자들은 특정 단체를 대변하려는 후보보다는 우리 지역의 교육을 바르게 이끌어 갈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한 것이다. 전국 어느 시·도에서나 특정 단체의 추천을 받은 후보를 대부분 낙선시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했다.
실제로 8월말로 임기가 끝나는 제4대 서울특별시 교육위원회의 경우 15명 중 7명이 전교조가 밀어 당선된 교육위원이었다. 그동안 서울시 교육청이 의지를 갖고 추진하려던 정책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전교조 인사는 2명만 당선됐다.
학부모와 교사를 대표하는 운영위원들은 제5대 교육위원회가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튼튼하게 마련해 주었다. 개성이 강하고 교육 경력이 풍부한 위원들을 대거 뽑아 주었다. 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우리의 의정 활동을 지켜볼 것이다.
‘지방교육 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시의회와 교육위원회의 기능을 일원화해 시의회에, 정당에 예속되지 않는 ‘교육의원’을 두자는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이미 시행에 들어가 있다. 이에 대해 교육위원회에서는 교육 자치권을 침해하는 개정이라고 반대하고 있으나 어쩌면 5대 임기 중에 이 개정안이 통과돼 혁신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짙다.
이에 대비해야 한다. 현행 교육위원회를 독립형 의결기구로 바꾸어 진정한 의미의 교육 자치를 실천해야 한다고 요구하든, 교육 발전의 속도와 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시·도와 함께 목표지향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통합의 길을 받아들이든 5대 교육위원들은 머지않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모든 학교와 학부모에게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교육위원회는 교직 경력자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어떤 선출직치고 이처럼 해당 분야 전문 경력자만으로 이루어진 곳은 없다. 그만큼 의정 활동의 기능도 보장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교육청 살림은 그 규모가 작지 않고 복잡하기가 나라살림이나 마찬가지다. 교직 경력만의 실력으로 시행청의 그 복잡한 업무를 감사할 수가 없고 이리저리 얽힌 조례를 만들 수도, 개정할 수도 없다. 끊임없는 연찬을 통해 교직 경력 이외의 분야에도 안목을 넓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공동책임이라는 말이 있다. 일을 성취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말로 쓰인다. 반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부정적 의미도 숨어 있다. 교육이 그렇다.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며 온 사회가 우리 교육계를 질타해도 공동책임이라는 그늘에 숨어 내 탓이라고 고백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책임지려는 사람도 없다. 교육이 너무 오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진정한 의미의 공동책임제라도 도입해 책임을 질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길도 모색할 때다.
대부분의 위원들은 경력직으로 있던 때부터 교육감을 비롯해 시행청의 국·과장들과도 잘 아는 사이일 것이다. 친소를 떠나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정에 끌리거나 때로는 옛 상사라는 이유로 판단이 어두워진다면 위원으로서의 자질을 의심받게 될 것이다.
이제 5대 교육위원회 출범이 눈앞에 다가왔다. ‘지방교육 자치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명시했듯이 교육 발전 등 공공의 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면서 청렴의 의무와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5대 교육위원회 활동이 지방교육 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의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의 역량이 하나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