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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나 홀로 주번


어느 날 아침, 교실 진입로 계단에서 힘차게 비질을 하는 우리 반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왜 너 혼자만 이렇게 열심히 하니? 원래 둘이잖아?
“○○이가 아프다고 안 나왔어요.”
“아니, 그러면 아무라도 데리고 나와 함께 하면 되잖아.”
“…….”

그 날은 기말고사 기간이었다. 그 아이는 아침부터 구슬땀을 흘리며 먼지 속에서 비질을 계속하고 있었고, 먼지의 반은 콧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예전에 그 아이가 교실당번을 했을 때도 주전자에 시원한 물을 가득가득 담아 친구들의 갈증을 풀어주곤 했던 유쾌한 기억이 떠올랐다. 잔뜩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학교 현장이 참 많이 변했다. 주번제도가 슬슬 자취를 감추더니 교실 청소까지도 용역을 주어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는 학교가 늘고 있다는 서글픈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아이들은 손쉽게 여기저기에 이것저것 마구 버리지만, 정작 줍고 치우는 습관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한번은 학급 종례시간에 “얘들아, 발밑에 휴지를 모두 주워라. 자기가 버린 것은 자기가 깔끔하게 정리해야지, 그렇지?”하고 말했다. 그런데 바닥의 휴지를 멀뚱멀뚱 바라보고는 좀처럼 움직이지도 않는 아이가 있었다.

“이거 제가 버린 것 아닌데요.”
“그래도 네 발 밑에 있으니 정리 좀 하자. 응?”

아주 뚱한 표정으로 머뭇거리더니, 마지못해 손톱 끝과 끝을 이용해 휴지통에 넣는다. 손톱 끝에 묻었을지도 모를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고무풍선 만하게 바람을 모아 손톱을 향해 후후 불기를 거듭한다. 그리고는 “선생님, 화장실에서 손 씻고 와도 돼요?”하고 잔뜩 찌푸린 얼굴을 내민다.

“어어, 응.”

나는 넋이 빠진 목소리로 엉겁결에 대답을 한 뒤 허탈하고 실망스런 표정을 아이들에게 보이기 싫어 얼른 그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너도 나도 손 걷어붙이고 교실 청소에 활기가 넘치던 시절, 선생님의 심부름에 신바람 나고 화단의 잡초를 뽑으면서도 활짝 웃던 아이들 얼굴에 ‘나 홀로 주번활동’을 펼친 그 아이의 또랑또랑한 눈망울이 자꾸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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