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에는 정수기, 교실에서는 언제든지 버튼만 누르면 금방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온풍기, 한 걸음만 힘차게 뻗으면 갈 수 있는 화장실. 학교에서 이제 아이들은 불편함을 호소할 만한 환경은 찾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그럴수록 편리함의 포근한 이불 속에서 성장하는 연약한 아이들을 떠올리게 된다. 아이들은 도통 참을성이 없어졌다. 적어도 두어 시간은 참을 수 있는 사람의 생체리듬에도 아이들의 끈기 부족으로 맥을 못 춘 채 무너지고 화장실마저 가깝다 보니 아무 때나 드나들게 된다. 심지어는 수업시간도 습관처럼 화장실을 찾는 아이도 있다. 아침을 거르고 오는 아이들은 학교 매점에서 언제든지 배고픔을 면할 수 있지만, 그 음식들이라는 게 영양 면이나 청결 면에서 집에서 엄마들이 정성들여 해준 음식과 비교를 할 수 있을까. 그 음식을 먹고 때로는 배앓이를 하고, 또 즉석 음식에 맛 들여 있는 아이들은 비만으로 이어져 이래저래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학교에서의 이런 최신식 편의시설은 아이들을 상당히 나태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는 면이 있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아침에 머리를 감고 말리고 올 수 있는 아이들조차도 교실의 온풍기나 에어컨 밑에서 머리 손질을 자주 한다. 건강한 생활습
어느 날 아침, 교실 진입로 계단에서 힘차게 비질을 하는 우리 반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왜 너 혼자만 이렇게 열심히 하니? 원래 둘이잖아? “○○이가 아프다고 안 나왔어요.” “아니, 그러면 아무라도 데리고 나와 함께 하면 되잖아.” “…….” 그 날은 기말고사 기간이었다. 그 아이는 아침부터 구슬땀을 흘리며 먼지 속에서 비질을 계속하고 있었고, 먼지의 반은 콧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예전에 그 아이가 교실당번을 했을 때도 주전자에 시원한 물을 가득가득 담아 친구들의 갈증을 풀어주곤 했던 유쾌한 기억이 떠올랐다. 잔뜩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학교 현장이 참 많이 변했다. 주번제도가 슬슬 자취를 감추더니 교실 청소까지도 용역을 주어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는 학교가 늘고 있다는 서글픈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아이들은 손쉽게 여기저기에 이것저것 마구 버리지만, 정작 줍고 치우는 습관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한번은 학급 종례시간에 “얘들아, 발밑에 휴지를 모두 주워라. 자기가 버린 것은 자기가 깔끔하게 정리해야지, 그렇지?”하고 말했다. 그런데 바닥의 휴지를 멀뚱멀뚱 바라보고는 좀처럼 움직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