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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교과 간 네트워크 구성, 독서・토론 수업 확대해야"

2008학년도 대입논술 전문가 좌담


서울대가 2008학년도 입시부터 논술 비중을 10%에서 30%로 대폭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논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의 이 같은 움직임에 주요 대학들이 동참하면서 논술에도 사교육 광풍이 불어 닥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급하게 배운 티가 나는 ‘뻔한 답안’은 낙제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하지만, ‘통합논술’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가오는 논술준비에 대해 교사들의 고민은 만만치 않다. 20일 한국교총 소회의실에서 열린 논술 전문가 좌담은 현장교사들의 이러한 고충과 대학의 입장 등을 듣는 자리였다. 좌담은 이원희 한국교총 수석부회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참석자= 우한용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박인기 경인교대 교수, 김혜남 서울 문일고 교사, 임형태 서울 경신고 교사, 최영하 서울 성보고 교사,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 황충일 인천 강화고 교사

우한용 “통합논술은 국어과만으로 준비할 수 없지 않습니까? 협의체를 구성하고 교사부터 논술의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김혜남 “통합논술은 현장과 너무 큰 괴리가 있습니다. 문제형태를 바꾼다고 공교육의 현실이 쉽게 개선되지는 않습니다.”

최진규 “논술 비중 높이는 것에 찬성합니다. 궁극적으로 ‘지식기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 양성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임형태 “분과별 협의와 교재개발, 학년별 연계교육으로 반응이 좋지만 교사 열정에만 의존하고 있어 한계가 있습니다.”

최영하 “국어・사회 팀으로 논술지도 교사단을, 수학・과학 팀 이뤄 구술・심층면접 지도 교사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황충일 “교사 재교육과 각종 협의체 구성은 물론 활성화 방안과 담당교사에 대한 현실적 보상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박인기 “교육부가 ‘공교육강화펀드’(가칭)를 만들어 논술교사에게 재정지원을 할 수 있도록 교총이 힘을 모으셔야겠습니다.”

이원희 “논술이 사교육시장 확대 명분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교총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사회=주요 대학들이 2008학년도 입시에 논술 비중을 확대한다고 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대입에 논술을 반영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한용(이하 우)=현장은 준비가 덜 되어있고 교사들의 역량도 부족하다는 고충토로를 많이 듣습니다. 그러나 대학은 학생들의 학력수준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을 지난 몇 년간 계속 체험하고 있기 때문에 학력의 가장 기본인 글쓰기 능력을 갖춘 학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인기(이하 박)=학생의 총체적 인지능력과 사고능력을 반영할 수 있는 것이 ‘논술’입니다. 그런 점에서 논술은 입시 전형도구로서의 보편적 타당성을 지닙니다. 피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문제는 논술을 입시 전형의 수단 관점으로만 보지 말고, 논술이 지니고 있는 교육적 본질을 주목하고 계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고력 강화, 지식의 통합, 지·정·의 교육의 통합, 탐구 학습, 자기주도성 등 논술의 본질을 제대로 인정하고 이를 일상의 교수·학습에 뿌리내려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논술은 교육과정 운영의 질적 고양을 기할 수 있는 기제입니다.

최진규(이하 진)=논술 비중을 높이는 점에는 찬성합니다. 현재 대입전형의 핵심 요소로 활용되고 있는 내신이나 수능은 암기된 지식중심, 주입식 학습중심, 결과중심 능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입니다. 그런 점에서 교과 지식의 단순 반복 학습과 암기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탐구하는 사고력 중심 교육, 자기 주도적 교육, 과정 중심 교육으로의 이행은 궁극적으로 ‘지식기반 사회’에서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의 양성이라는 대의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혜남(이하 김)=논술반영은 바람직하지만 학교수준에서 대비가 가능해야합니다. 통합교과논술은 교육현실과 너무 큰 괴리가 있습니다. 이는 고교교육 정상화에도 역행합니다. 문제형태를 바꾼다고 공교육의 현실이 쉽게 개선되지는 않습니다.

최영하(이하 영)=그렇습니다. 통합논술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공교육 현장의 현실이 새로운 형식의 논술에 금방 적응할 수 없기 때문에 논술 반영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황충일(이하 황)=우선 논술이 강조되는 저간(這間)의 사정은 사교육 수요를 잠재우면서 창의성 교육에 대한 시대적 요청을 답지함으로써 공교육을 내실화하고자 하는 교육부의 정책적 의지를 들 수 있겠죠. 이와 함께 논술의 높은 변별력을 활용하여 입시 선발의 자율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대학측의 현실적 욕구가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변화의 기제가 우리 교육의 지향점과 맥을 같이 하면서 결국은 학교 현장의 교수-학습 변화에 막강한 견인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저는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결국 변화의 귀착점은 역시 정책을 추수해야 하는 학교의 몫이기 때문이죠.

사회=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논술은 필요하다는 입장이신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는데요. 그럼 구체적으로 선생님께서 재직 중인 학교에서는 어떻게 논술을 준비하고 계시는 지 궁금합니다.

임형태(이하 임)=저희 학교는 국어분과, 사회분과, 과학분과, 수학분과로 구성, 각 분과에서 대표 1인씩 모여 소위원회를 구성해 상시 협의를 하고 그에 따라 교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1학년 입학 시 논술 지도 3개년 계획서와 보충수업 3개년 강의 계획서 배부하고 1학년은 철학, 논리학 기초 각 10강 강의위주로, 2학년은 인문 자연계별로 나눠 10~12시간 강의하고 독해, 제시문 요약, 개요 작성, 학생 상호 첨삭 토론을 합니다. 3학년은 1:1 대면 첨삭 지도를 합니다. 학생, 학부모의 반응은 좋습니다. 학원보도 훨씬 선호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학습이 보충수업이 끝난 저녁7시부터 진행되고 있고, 교사들의 열정만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힘이 든 것이 사실입니다.

황=우리 학교는 농어촌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소규모 학교입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열의와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아 현재 학년별로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1학년의 경우는 체계적인 독서활동과 결부하여 단위학교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으로 연중 팀티칭의 형태로 되고 있으며, 2학년의 경우는 인근학교와 연계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으로 연중 실시하고 있습니다. 3학년의 경우는 특정 교사(강사집중형)가 특정시기(강좌집중형)에 실시하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하계방학 중에 이미 1회(20시간)실시하였고, 수능 이후 다시 한차례 실시될 예정입니다.

영=저희도 비슷합니다. 연구부를 중심으로 1, 2, 3학년이 연계되는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학년, 계열, 과목을 통합, 논구술/면접 지도 교사단을 발족시켜 국어, 사회 선생님이 한 팀을 이루어 논술지도 교사단으로, 수학, 과학 선생님이 한 팀을 이뤄 구술, 심층면접 지도 교사단으로 인문·자연 계열을 각각 지도하고 있습니다.

진=꽤 구체적 준비들을 하고 계신 것 같네요. 저희 학교는 지난 9월 말 교사를 대상으로 한 통합논술 연수가 있었고, 이번 주는 대학교수 초청, 학부모 연수가 있습니다. 시험을 주관하는 대학 측의 입장을 들어볼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주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통합논술의 준비 방법에 대해 연수를 할 예정입니다.

사회=토론에 앞서 지도가 어렵다고 말씀하셨지만 준비는 발 빠르게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간의 경험 상 논술 지도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을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임=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국어과 교사의 개인적 희생과 열정에 의존하는 것이 제일 힘듭니다. 담임・행정업무, 생활지도, 보충 자율학습 등 이미 과다한 업무 외에 또 첨가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강의 및 첨삭 지도비 현실화 등이 필요합니다.

김=논술교재, 논술프로그램, 논술교육법 그 무엇도 전무합니다. 기출문제 분석수준의 논술쓰기 등 수박겉핥기식 운영이 불가피합니다. 물론 통합교과형 수업의 모델역시 없습니다.

진=교사의 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논술에서는 주로 국어나 사회 교사가 논술지도를 담당했으나 이제는 전 교과를 아우르는 논술방식으로 변했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과목의 교사가 지도교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교사들끼리 자기 과목은 중요하지 않다고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례가 있습니다. 그리고 통합논술에 관심이 있는 교사라 하더라도 교수방법을 모르거나 적절한 교재가 없기 때문에 의욕만큼 실천이 따르지 않는 문제도 있습니다. 논술 지도의 핵심은 첨삭에 있다고 보는데, 실제로 한 학생의 글을 제대로 첨삭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교사는 학원 강사가 아닌 이상, 학생지도는 물론이고 담당업무까지 맡고 있기 때문에 첨삭지도의 효율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황=문제는 현장에서 논술교육이 과연 교수-학습 방법뿐만 아니라 학습 패턴이나 태도의 변화까지 담보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이번 서울대의 ‘통합논술’ 또한 ‘통합’이라는 꼬리표가 현장의 접근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범박하게 말해 논술은 지식의 통합을 통해 지식의 소통과 지식 상호간의 생산적 교섭을 촉진하는 초인지 전략의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굳이 ‘통합’이란 말을 통해 가뜩이나 위축된 현장에 심리적 거리감을 더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사회=황 선생님 의견에 동의하면서, 두 분 교수님께 여쭙겠습니다. 선생님들의 고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셨으리라 봅니다. 어떻습니까.

우=여러 선생님의 말씀처럼 국어과에 떠맡기기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말씀하신 사례에서처럼 통합논술은 국어과 전담으로는 준비할 수 없지 않습니까? 협의체를 구성하시고 교사부터 논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합니다. 그리고 통합논술에 대한 우려를 많이 말씀하셨는데 통합의 의미는 소재・사고・논리의 통합이라는 의미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박=맞습니다. 논술이 오로지 국어교사의 전담영역처럼 되어 있는 것은 일종의 왜곡입니다. 각 교과는 교과서 중심 수업 문화와 문제풀이식 수업을 지양하고, ‘교과독서(예: 과학독서, 예술독서, 경제독서, 수학독서 등)’의 개념을 발전 확장시켜야 합니다. 논술은 독서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일부 대학이 고난도 논술 문제를 당장 고집하는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고교 현실을 보면서 보다 점진적인 변혁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현실반영적인 것과 현실 변혁적인 것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통합논술’이라는 용어에 대한 우려는 “대답은 분명하다. 종합이다. 우리는 정보의 바다에 빠져 있기는 하지만 지혜의 빈곤 속에 허덕이고 있다. 따라서 세계는 적절한 정보를 적재적소에서 취합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며 중요한 선택을 지혜롭게 할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해 돌아갈 것이다.”라고 주장한 에드워드 윌슨의 책 ‘통섭’(通攝·統攝, consilience)을 읽어보시면 왜 지금 ‘통합논술’이 중요시되는 지를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으시라 생각합니다.

사회=그럼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대입 논술을 위해 교사와 학생은 어떻게 준비해야할까요.

김=우선 읽기를 강화해야합니다. 지적수준에 맞는 독서지도를 하고, 다양한 시각과 깊이 있는 사고력 배양을 위해 토론 문화를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진=학생들이 가장 명심해야 할 사항은 통합논술의 중요성입니다. 사실상 2008학년도 주요대학의 입시는 통합논술에 의해 결정난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아직도 내신만 잘하면 주요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목표로 삼고 있는 대학의 통합논술 비중을 확인한 다음에 예시문항을 통해 문제 유형을 익혀야 합니다. 물론 기존처럼 교과서를 내신이나 수능을 대비하기 위한 교재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특히 교과서의 다양한 학습활동을 스스로 풀어보고 다른 교과에 적용하는 노력이 따라야 합니다. 인문계는 국어, 정치, 경제, 윤리, 지리, 역사 과목을 중심으로, 자연계는 수학, 과학 과목을 접목하여 학습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영=여러 교과 선생님들이 한 팀을 이루고, 정기적인 토의를 거쳐 교재를 만든 다음 학생들과의 수업을 토론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논술논제항목은행(critical essay issues item bank)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사 스스로 고민한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에 대한 첨삭지도에는 질적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힘드시더라도 교사들이 조금 더 고민하시길 부탁드립니다. 또 논리논술, 억지논술로 흘러가지 않도록 유념하며 지도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지금까지 말씀을 종합해보면 개별 학교차원에서 논술지도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계시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교육부, 교육청, 혹은 교원단체(교총) 등 기관 차원에 대한 요구사항이 있을 같은데요.

황=정책적 의지를 현실화하고자 한다면, 교사의 업무부터 경감하고,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교육과정의 불합리성을 보완하는 한편, 현장과 대학 간의 정보망을 확충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논술교육에 필요한 각종 소프트웨어를 개발·보급하고, 현장 지도를 위한 교사 재교육과 각종 협의체 구성은 물론 이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과 담당교사에 대한 현실적 보상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임=교과 간 네트워크 구성, 독서 및 토론 수업 진행, 논술연구실 확보, 언어교육부 확보, 정규수업 방식 변화 유도, 기존 보충수업 재편, 논술지도 교사 업무 경감, 적정 수준의 지도비 등이 지원되어야 합니다. 교육부는 “학교에서 알아서 논술 팀에 지원하라”고 말할 뿐 어떤 재정적 지원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입니다.

박=여러 선생님들의 의견이 현실적 보상책으로 귀결된다고 보여 집니다. ‘공교육강화펀드’(가칭)를 교육부가 만들어 논술담당 교사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교총이 힘을 모으셔야겠습니다.

사회=전문직단체로서 교총이 선생님들의 복지를 위해, 또 논술이 사교육시장 확대의 명분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교총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장시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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