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24일 ‘유럽과 미국의 인권교육 실천과 한국 인권교육의 방향’을 주제로 인권교육 국제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참석한 세계적인 인권교육 전문가 휴 스타키(Hugh Starkey) 영국 런던대 교수는 “인권교육은 교사의 권위를 떨어뜨리자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를 더 존중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키 교수에 따르면 유럽이사회는 1985년 ‘학교 인권수업 및 학습에 대한 각료위원회 권고안’을 채택했다. 이 권고안은 갈등의 비폭력적 해결, 타인 존중 등의 개념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습득될 수 있으며 철학적·정치적·법률적 개념은 중등학교, 특히 역사, 지리, 사회, 도덕, 문학, 경제학을 통해 제공돼야 한다고 적고 있다.
권고안은 또 “인권에는 불가피하게 정치 영역이 포함된다”면서 “따라서 교사는 항상 국제협약을 준거로 삼아 학생들에게 자신의 개인적 신념을 주입시키거나 학생들을 이데올로기적 투쟁에 휘말리게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는 평가팀이 각 학교에서 장기간 관찰과 면접을 통해 학교 평가를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타키 교수는 “최근 2년간 학교 평가팀이 교사뿐 아니라 학생들도 의무적으로 인터뷰하고 있다”면서 “교과과정을 평가할 때 시민교육, 즉 인권교육이 잘 진행되는지를 질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키 교수는 학교와 교사들이 자기 평가를 실시하고자 하는 경우를 대비해 개발한 자가평가도구도 소개했다. 이 평가도구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모든 수업에 동등한 접근성을 지닌다 △모든 평가에서 학교 구성원의 문화적 차이가 반영된다 △학교에서 준비하는 학과 외 활동은 지불능력과 상관없이 모두 이용할 수 있다 △학교에 보관된 파일은 학생과 부모 동의 없이는 제3자에게 공개될 수 없다 △선출에 의해 학생위원회가 구성된다 등 여러 항목에 걸쳐 학생들의 보호와 참여를 규정하고 있다.
워크숍에 참석한 다수의 현장 교사들은 “입시경쟁이 치열한 우리나라에서는 성적에 포함되지 않으면 실제 교육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대해 스타키 교수는 “유럽에서도 인권교육이 단일 교과목이 아니라 각 지역별로 알맞게 실시되고 있다”면서 “영국도 입시가 치열하지만 지역사회의 현안에 대해 조사하고 관련 활동을 했다는 자기소개서 등이 대입시에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자로 참석한 이명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은 “초·중·고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인권교육 내용이 풍부하다면 교사 스스로 인권에 대해서 배우고 가르치려고 할 것”이라며 “인정교과서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학교에서 인권교육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