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과 강북 학교 간 교육의 질적 격차는 존재하는 것일까. 한국교육개발원 김미숙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논문 ‘평준화지역 학교들 간에 교육의 질 차이가 있는가’에 따르면 그 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서울시내 3개교를 선정, 수업을 관찰하고 인터뷰한 결과 김 연구위원은 이렇게 결론지었다. 세 학교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2001년 개교한 산수고는 지역자치예산도 가장 낮은 지역에 위치해 있는 학교로서, 중식지원 신청학생이 한반에 절반 이상이 될 정도로 학생들의 사회경제적 배경도 열악하다. 사경고는 중하위지역에 있는 100년 가까이 된 사립남학교, 기상고는 부유층 지역에 위치한 학교로는 설립된 지 100년 이상 된 비평준화 시절 명문고로 알려진 공립 남학교다.
‘중간수준' 맞춘 수업, 개인차 고려 안해
사회경제적 조건 다른 서울 평준화고 교육의 질 차이는 있나=학교 간 의미 있는 교육의 질 차이는 없다. 세 학교에서 일반적으로 실시하고 하는 수업형태는 교사주도의 강의식 수업. 일반 수업에서 개인차를 고려하는 수업은 매우 드물었으며, 수준별 수업은 실시하고 있으나 수준에 따라 차별화된 교수학습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동일한 강의식 수업도 집중도는 수능 비중>무서운 교사>재미있는 수업>체계적 수업>교감이 클수록 높았다.
교사들은 ‘중간수준’에 맞추는 수업을 잘 따라올 수 있는 학력, 즉 중산층 학생들의 학력을 기대하는 한편 일류대학을 들어갈 수 있는 ‘진짜 잘 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되는가에 따라 다시 학생들의 학력을 구분하는 경향을 보였다.
세 학교의 가장 큰 차이라면 평가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이었다. 중상지역 학교에서 교사들은 시험의 형평성 문제, 시험 문제의 신뢰성, 타당성 등 평가와 관련 다양한 형태의 항의 및 문의가 제기된 반면 하위지역의 교사들은 이러한 항의가 적고 교사 권위를 더 존중받는 경향이 있었다.
만족도 이질적 구성 일반 수업 더 높아
이질적 학생구성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나=수준별 수업에서 동질적 학생 구성이 이루어져도 교수학습의 질적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다. 이는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중상위지역 학교에서도 마찬가지. 중상위 지역 학교에서 수업집중도가 가장 높은 집단은 상위집단이 아닌 중위집단이었으며 ‘좋은 수업’ 즉 교사-학생 간 충실한 상호작용과 학생들의 학업만족도가 높은 수업은 이질적 학생들로 구성된 일반 수업시간에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사실들은 교육의 질이 동질적 학생구성이 아닌 교사와 학생 간 상호작용의 질이라는 것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교육의 질 향상은 학생구성의 동질성, 학생의 출신배경이나 성적이 아닌 교수학습의 질로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