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치바현립 사쿠라니시(佐倉西) 고교(전교생 715명)의 학생 자원봉사 활동과 ‘축구 방식’ 생활 지도가 지역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예전 이 학교 학생들은 얼굴 여기저기에 피어싱을 하고 역 주변에 무리지어 다니며 담배를 피우는 모습들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혐오감을 넘어서서 두려움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약 4년 전부터 이 학교 도서관 사서 교사와 양호 교사가 시작한 작은 시도에 의해 많은 학생들이 병원과 양로원을 방문하는 학교로 바뀌게 되었다. 이지메 관련 자살 사건 등 연일 보도되고 있는 학교 현장의 문제들로 마음이 무거운 이 때 한 가닥 희망과도 같은 실천 사례가 아닐까 한다.
사쿠라니시 고교는 지역 중학교로부터 입시 난이도가 낮은 학교로 평가되어 왔으며 평상시 수업 진행도 순조롭지 않은 학교였다. 이 학교가 변화하게 된 첫 번째 계기는 이 학교 도서관 사서 교사가 사서회를 통해서 알게 된 현내의 다른 고교의 실천 사례를 참고로 도서위원회 학생이 양로원을 방문하면서 부터이다. 처음에는 노인들에게 ‘책 읽어 주기’ 활동으로 시작하였으나, 현재는 ‘인형극 상연’이나 ‘캄보디아에 동화책 보내기’ 등의 활동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으며, 도서위원회 학생 이외에 도서실을 찾는 일반 학생들까지 참가하게 되었다.
또한 양호 교사의 권유로 시작된 보건위원회 자원 봉사 활동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사쿠라니시 고교 옆에 있는 큰 병원의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위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때 합창과 같은 공연을 하거나 이름 있는 날 병원을 방문하여 내부 장식을 해 주기도 한다.
사쿠라니시 고교는 올 해, ‘총합적 학습’으로서 자원 봉사 활동에 관한 내용을 도입하였다. 사회복지협의회 직원을 초빙하여 휠체어 사용법을 배워 현 내의 휠체어 농구팀이 방문한 날 휠체어 다루는 실력을 발휘하기도 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육성되었으며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도 영향을 준다’고 이 학교 교장은 평가하고 있다.
‘축구 방식’ 학생 지도란 수업을 태만히 하는 등의 문제 행동을 일으킨 학생에 대해서 처음에는 ‘화이트 카드를 그 다음에는 ‘옐로우 카드’, 마지막 단계로서 ‘레드 카드’를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축구 시합에서 위험한 행위를 한 선수에게 행해지는 경고를 힌트로 해서 만든 것이다. 카드를 받은 학생은 뒷면에 보호자 확인을 받은 다음 카드 반쪽을 학교에 제출하는데, 정도가 심한 경우는 교장에 의한 개별 지도를 받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이 학교에서는 이 지도 방법을 ‘단계적 처분’이라고 부른다.
이 학교에서는 당초부터 염색을 하거나 피어싱을 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으나 좀처럼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교칙을 철저히 해 나가면서 마침내 거의 모든 학생의 두발이 정상으로 변하게 되었고, 피어싱을 한 학생도 거의 눈에 띄지 않게 되었다. 또한 스커트 길이 규제도 작년부터 규칙에 포함시키면서 심하게 길이가 짧은 스커트는 줄어들었다고 한다.
안정을 되찾은 지금 이 학교의 최대 목표의 한 가지는 국립대학으로의 진학자를 늘리는 것이다. 이미 난이도 높은 대학으로의 진학자가 서서히 늘고 있는 상황이며 수업에 충실을 기하면서 각 학년에 자습실을 설치하는 등 환경 정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명문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 이름 있는 사립 학교에 진학해야 한다는 생각이 보편적이다. 이런 생각의 바탕에는 공립 학교는 공부를 못하고 학생들의 수준 또한 낮다는 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사쿠라니시 고교도 수업 방해, 흡연 등의 문제가 만연하고 있던 이른바 통상적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일반 공립 고교였다.
그러나 이 학교 교사들의 작은 시도와 노력으로 학생들과 학교 내의 분위기가 점차적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현재 골치를 썩고 있는 교육 문제들 또한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는 없지만 학교, 가정, 지역이 힘을 합쳐 노력한다면 서서히 변화하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사쿠라니시 고교에서 볼 수 있었던 변화의 물결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