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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연금이 '눈먼돈'인가

정부의 공무원 연금법 개정을 찬성하는 공무원은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무런 설득과 여론수렴 절차도 없이, 더욱이 아무런 반성과 책임자 문책 없이 연금 부실을 고스란히 공무원에게 떠맡기려 하고 있다.

여전히 정부는 공무원의 머리 위에 군림하면서 매사를 명령과 지시로 풀어보려는 궁리만 하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을 넘어 이젠 분노가 끓어오른다. 그 돈이 도대체 어떤 돈인가. 수 십 년 동안 권력자들의 밑에서 못 먹고, 못 입고, 못 쓰고, 처자식 달래가면서 노후대책으로 한 푼씩 떼어놓은 것 아닌가.

공무원 연금은 수익률에 의해 예금주에게 배당되는 펀드가 아니다. 퇴직 시 현행법의 산출근거에 의해 공무원에게 지급키로 규정한 공무원과 국가의 계약에 의해 조성된 돈이다. 연금의 운영 주체인 정부는 그 돈으로 장사를 하든, 선거자금에 쓰든, 빌려주든 간에 당초에 계약했던 금액을 지급하기만 하면 된다. 연금법을 개정한 이후의 계약 건은 희망자에 한해 재계약 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정부는 계약파기의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막대한 운영 손실의 부담을 공무원에게 전가하고 있다. 부도난 기업, 금융기관에는 경영주체도 아니면서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손실을 보전해 주면서 정작 연금 계약 당사자인 공무원에게는 법률 개정으로 책임을 떠넘기려 하다니 할 말이 없다.

정부는 연금법 개정의 논리로 두 가지를 들고 있다. 우선 하나는 일반공무원의 경우 38세, 교원은 42세부터 퇴직과 함께 연금을 탈 수 있어 60세 이후부터 수령 가능한 국민연금과 형평에 맞지 않는 특혜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공무원 연금은 지급시기로만 보면 유리하지만 연금을 타기까지 민간기업보다 현격히 낮은 보수, 복리후생, 퇴직금 등을 비교할 때 결코 불합리한 것이 아니다.

공무원 연금은 타직과의 보수 및 처우의 격차를 해소하려는 임금 보전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연금지급액이 다소 많은 것이다. 하지만 96년 신규 공무원부터는 60세부터 연금을 받도록 돼 있어 공무원 연금에 거는 기대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민연금과 공무원 연금의 지급시기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정부의 두 번째 논리는 공무원 연금이 퇴직자의 대량 증가로 바닥 수준을 지나 적자로 돌아서기 때문에 연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퇴직자의 급증으로 퇴직급여의 부담이 커진 것이 주요한 원인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부와 관리공단의 방만하고 부실한 기금운용이 더 큰 문제다.

98년 현재 연금 운용내역을 보면 국공채 인수 및 주식투자를 위한 투자유가증권 46.8%, 공공자금 및 국민주택기금에 사용하기 위한 공공금융예탁 15.5%, 대부 및 주택사업 등을 위한 후생복지사업비 15.6%, 급여지급 준비금이 22.1%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투자유가증권과 공공금융예탁이다.

정부가 공공금융예탁금을 빌려가면서 관리공단에 주는 이자는 시중보다 3, 4% 가량 낮기 때문에 98년 한해만 220∼300억 원의 이자 손실이 났다. 또 공단은 6000억 원을 주식에 투자해 2000억 원 이상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일이 과거부터 누적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82년부터 93년까지 공공금융예탁으로 인한 손실은 유가증권 수익률을 15%로 보면 9600억 원, 16%로 보면 1조1300억 원에 이른다.

이런 사실을 아는 공무원이라면 더 이상 연금을 국가에 맡기기가 두려울 것이다. 정부와 공단은 기금을 안정적으로 그리고 투명하게 운영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공무원들의 연금은 `눈먼돈'이 되어 무계획적으로 사용돼 부실을 자초했다.

연금재정 부실의 원인이 명백히 정부와 관리공단에 있는 만큼 재정보전을 위한 부담은 공무원이 아닌, 정부와 관리공단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부실을 가져온 책임 소재를 반드시 따져야 할 것이며 기득권을 보장하는 전제하에 기금운용의 투명성과 기금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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