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과 공무원노총 등 8개 단체로 구성된 ‘공무원·사학연금 개악저지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9일, 광화문 열린시민마당에서 개최한 규탄대회가 전국 140만 공무원을 대표해 올라온 1만여명의 교원과 공무원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끝났다.
우리는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대회장을 가득 메운 이들의 구호와 함성, 그리고 메시지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들이 왜 차가운 바닥에서 한명의 이탈도 없이 정부를 규탄하고 연금개악의 부당성을 외치는 지 한번쯤 곰곰이 새겨볼 것을 정부와 언론에 촉구하고자 한다.
그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근본부터 다른 만큼 이들 연금의 겉모습만 단순 비교하지 말고 각각의 특성과 차이점을 충분히 살펴보고 서로에게 맞는 합리적인 개정안을 만들자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이해도 없이 올바른 해결책이 마련될 수 없는 이치이다. 실제로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 비교할 수 없는 특수성을 많이 가지고 있다.
낮은 보수와 신분상의 제한 등 불리한 점을 보완하고 직업공무원제를 지켜온 것이 공무원연금이다. 사실 이런 부분들은 사용주인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의무임에도 공무원연금이 대신해 온 것만으로도 정부와 언론은 공무원연금의 특수성과 공무원의 뜨거운 외침에 충분히 귀기울일 만하다.
이런 점에서 지금 정부와 언론이 보여주고 있는 태도는 분명 문제가 아닐 수 없다.상대방에 대한 이해는커녕 오히려 여론몰이와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는 이들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비판에 앞서 상대방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은 민주사회의 기본적인 도리이다. 공무원연금의 모든 것을 철저히 외면한 채 연금액의 차이만 부각시키며 공무원의 주장을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하는 것은 이제 버려야 할 구태의연한 해결방법이다.
더구나 이해 당사자인 공무원을 철저히 배제하고, 대화의 창구마저 막아놓고 하는 논의과정이 아무리 합리적인 개정안을 도출하더라도 어떻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며,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는 가? 지금이라도 정부와 언론은 밀실 개악을 즉각 중단하고 140만 공무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