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간부 출신 J씨(퇴직 당시 서기관)가 시교육청 전·현직 일반직 및 전문직 공무원에게 수억 원대의 돈을 빌린 뒤 잠적, 6개월이 넘도록 행적이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정작 피해 당사자들은 물론 시교육청에서도 무대응으로 일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시교육청 주변에 따르면 J씨는 지난해 초부터 지인들에게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여 원을 빌렸고, 큰돈 마련이 어렵다는 사람에게는 몇백만 원을 빌리기도 했다. 빌리는 수법도 치밀해 상대에 따라 사업자금, 부채상환, 교통사고 등의 핑계를 댔다. 그러던 J씨가 자취를 감춘 것은 지난해 7월 말. J씨에게 피해를 본 사람은 최소 수십 명 이상, 피해액은 1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도 그를 고발하거나 드러내 놓고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은 없다. 사태가 이같이 전개되자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피해자들이 J씨에게 ‘말 못할 신세’를 졌다거나, 심지어 피해액 일부가 다른 곳으로 흘러갔을 것이라는 설까지 더해지는 실정이다. 그의 이력(履歷)도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한다.
J씨가 여러 사람에게 거금을 빌릴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유인종 전 교육감 취임 초부터 일반직 인사담당 주무로 근무하며 맺은 인간관계 덕분이라는 것이다. 유 전 교육감과 동향인 J씨는 유 전 교육감에 의해 심사 사무관으로 발탁된 후에도 인사작업에 깊숙이 관여했고, 전문직 인사에도 두루 개입했다는 소문이다.
J씨는 평소 주식투자 등으로 큰 손실을 봤으며 일선 고교 행정실장으로 근무할 당시인 2004년 9월 공금유용 사실이 감사에서 적발돼 옷을 벗었다. 중징계가 불가피했지만 당시 시교육청 실세들의 보호로 오히려 한 직급 승진하면서 명예 퇴직했다. 퇴직 후에는 학교관련 납품업을 하며 재기를 꿈꿨으나, 이마저 여의치 않자 도피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J씨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들은 인사(人事)에 대한 약점을 잡혔거나, 인사와 관련한 보험(?)을 들었다고 보기 때문에 내색도 못한 채 속만 끓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교육청도 J씨와 각별한 사이의 간부들이 현직에 두루 포진해 있기 때문에 별다른 대응을 못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편 J씨에게 억대를 빌려준 것으로 알려진 시교육청 산하기관의 한 사무관은 본지의 확인 요청에 “J씨와는 돈 거래를 할 만큼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으며, 그런 사실로 통화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5000만 원을 빌려 주었다는 한 직원은 “그냥 넘어가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 사건에 대해 시교육청 감사담당관실은 “J씨와의 돈거래로 피해를 본 사람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개인적인 일이라 시교육청 차원의 대책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J씨가 현재 빈털터리가 된 상태인데, 그 사람을 찾은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