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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자동차가 좋아요”

개학 후 두 번째 맞는 토요일, 먼 거리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의 가정에 주말 생활지도 등 여러 가지 당부의 전화를 막 끝내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선생님! 주식인데요. 요새 아이들은 말 잘 들어요? 오늘 경운기가 고장 나서 골치가 아파 죽을 뻔했어요.”

주식이었다. 언제나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뿐 내가 응답할 틈이 없었고 앞뒤 순서가 맞지 않는 말로 전화의 핵심내용을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7년전, 오랜만에 담임을 맡아 교실에 들어섰을 때 나의 시야에 들어온 아이가 바로 주식이었다. 다른 동급생들에 비해 능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알려진 아이. 주식이는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했고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출발부터 가슴이 답답할 정도였다.

우선 글씨라도 알도록 해야 하겠다 싶어 반장에게 글씨를 가르치도록 하고 틈틈이 내가 보충지도를 하기로 했다. 주식이는 토목이 전공이지만 전공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고 틈만 나면 아무 관련도 없는 자동차 실습장을 기웃거리곤 했다. 정비 쪽에 관심이 있다 싶어서 자동차과의 협조로 방과 후엔 자동차 정비 실습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주식이는 한글해득이 생각보다 빨랐다. 무엇보다 실습 허락을 받은 후부터 주식이의 얼굴에 생기가 돌고 매사에 적극적인 모습으로 달라졌다. 실습장 문을 닫을 때까지 옆도 보지 않고 부품을 분해하고 조립하기를 수차례 반복하는 진지한 모습에 학생들도 놀랐고 선생님들은 더욱 놀랐다.

자동차과 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별도의 과제를 주지도 않았고 별도로 가르치지도 않았다. 스스로 하고 싶은 실습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주식이는 정말 열심이었다. 졸업식 날 주식이에게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라’고 당부했다.

이제 주식이는 마을에서 농기계 수리에 관한 한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기능을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주식이가 간간이 전화로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말을 할 때는 나도 모르게 코끝이 시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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