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자동차가 좋아요”
개학 후 두 번째 맞는 토요일, 먼 거리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의 가정에 주말 생활지도 등 여러 가지 당부의 전화를 막 끝내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선생님! 주식인데요. 요새 아이들은 말 잘 들어요? 오늘 경운기가 고장 나서 골치가 아파 죽을 뻔했어요.” 주식이었다. 언제나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뿐 내가 응답할 틈이 없었고 앞뒤 순서가 맞지 않는 말로 전화의 핵심내용을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7년전, 오랜만에 담임을 맡아 교실에 들어섰을 때 나의 시야에 들어온 아이가 바로 주식이었다. 다른 동급생들에 비해 능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알려진 아이. 주식이는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했고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출발부터 가슴이 답답할 정도였다. 우선 글씨라도 알도록 해야 하겠다 싶어 반장에게 글씨를 가르치도록 하고 틈틈이 내가 보충지도를 하기로 했다. 주식이는 토목이 전공이지만 전공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고 틈만 나면 아무 관련도 없는 자동차 실습장을 기웃거리곤 했다. 정비 쪽에 관심이 있다 싶어서 자동차과의 협조로 방과 후엔 자동차 정비 실습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주식이는 한글해득이 생각보다 빨랐다. 무엇보다 실습 허락을 받은 후부터
- 윤필태 경북 상주공고 교사
- 2007-02-01 1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