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동료 교사들과 함께 교육감에게 일선의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제출했다가 징계를 당한 현직 여교사가 공무원의 집단행위를 금지한 현행 국가공무원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충북 청주시 사직초등학교 정정자교사(44)는 최근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의 '공무원은 공무 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적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 부분이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청원권,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법무법인 시민종합법률사무소를 청구대리인으로 헌소를 제기했다. 정교사는 "97년 5월 청주 용암초등교 재직때 동료교사 41명의 서명을 받아 충북도교육청에 비품 부족 등 신설학교의 열악한 현실을 알리는 호소문을 제출했으나 도교육청이 이를 집단행동으로 간주해 본인을 다른 학교로 전보했다"며 밝혔다. 도교육청의 징계사유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정교사는 교육부교원징계재심위-대전고법-대법원까지 가는 법정투쟁을 벌였으나 모두 기각당하고 말았다. 충북도교육청은 지난 97년 4월 정교사가 근무하던 용암초등교를 대상으로 기부금품 수수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 학교측이 학부모들로부터 화분·책꽂이 등 집기 일부를 받은 사실을 확인해 정교사 등 23명에 대해 '주의' '경고' 등의 조치를 내렸다. <본지 97년 7월6일자 참조>
이후 정교사는 동료 교사들과 함께 "개교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아동용 주전자·컵·거울조차 없었으며 학부모들이 이러한 현실을 알고 아이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물품을 기증, 거절할 수 없었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교육감에게 보냈고 도교육청은 정교사를 즉각 전보했다. 한편 정교사는 헌소 청구서에서 "교육감에게 보낸 글은 집단적인 결의를 통해 의사를 관철하려고 하거나 압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교실환경 등 교육현실의 상황과 감사나 징계 등의 교육행정 절차상 문제점을 알리고 교사들의 입장과 심정을 진솔하게 표현한 내용에 불과했다"며 "이러한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사상과 의견을 발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박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교육감에게 보낸 호소문 전문은 '인터넷 한국교육신문' 자료실에 탑재돼 있습니다.
정정자교사 인터뷰
-사건의 발단은 기부금품 접수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그렇다. 당시 용암초등교는 신설학교로 환경이 매우 열악했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학기초 학부모들이 가져온 1∼2만원대의 화분·칼라박스 등을 받아 교실에 두었다. 도교육청은 이 사실을 익명의 투서로 인지하고 5일간 대대적인 감사를 벌였다. 72점이 적발됐고 교장과 교감, 교사 5명에게 경고가 18명의 교사에게는 주의 조치가 내려졌다" -교육감에게 호소문은 왜 보냈나.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선의에 대해 도교육청이 너무 극단적이고 실적위주의 처분을 내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교육감님께 현실을 알리고 싶었다" -호소문에 대한 도교육청 입장은 어떠했나. "도교육청은 이를 집단행동이라며 감사반을 투입해 주동자 색출에 나섰고 감독소홀의 책임을 물어 교장, 교감을 전보 조치했다. 본인은 1시간 30분이 넘는 충주 덕신초등교로 전보됐다" -헌소까지 한 이유는. "일선 교사의 순수한 '호소'가 권위적인 관료들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이번 사건이 언로가 트인 민주적인 교육행정에 가까이 가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이낙진 leenj@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