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지문·사지선다형 문제 없어 가설 입증하기·보증서 쓰기 등 독특 "통합교과적 지식 실생활 응용에 초점"
올 3∼7월 우리 나라를 포함한 세계 32개국 학생들이 치른 제 1회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평가문항을 뜯어보면 우리의 사지선다형·약술형 시험과는 전혀 다른 수준임을 알 수 있다. OECD가 주관하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평가인 PISA는 만15세 학생들의 읽기, 수학, 과학 능력을 독특한 방식으로 평가하는데 그 문항들이 수행평가에 고민하는 우리 교사들에게 큰 시사점을 제공할 만하다. 이번 평가에 출제된 PISA문항들은 학교 수업이나 교과서에서 다루는 내용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PISA문항들에는 입사 지원서, 광고, 비행기표, 물품주문서, 상품보증서 등을 제시하고, 실생활에서 부딪칠 수 있는 사건들을 문항화 함으로써 주어진 정보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카메라 가게에서 받은 영수증을 그림으로 제시하고 그것을 활용해 학생 각자가 개인용 보증서를 정확히 작성하고 반송 마감일자를 대답하도록 묻는 한 읽기 문항<그림1>은 그 대표적 예다. PISA는 21세기 지식기반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능력이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사고의 유연성과 창의력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PISA문항의 또 다른 특징은 통합교과적이라는 것이다. 편의상 교과의 영역을 읽기, 수학, 과학의 세 영역으로 분류하고는 있지만 실제 문항을 보면 교과의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읽기와 과학 문항의 경우, 독해능력과 교과에 대한 지식을 복합적으로 활용할 것을 요구하는 통합교과의 성격을 띈 문항이 상당수 있다. `5마리의 복제송아지가 태어났다. 연구진은 1번 암소로부터 30개의 난세포 핵을 떼어냈다. 그리고 2번 암소로부터 30개의 세포로 구성된 배(엠브리오)를 떼어내고 각각의 세포를 분리시켰다. 분리된 세포들에서 핵을 떼어내 1번 암소의 난세포에 주입했다. 마지막으로 대리모가 되는 30마리의 암소에게 주입된 30개의 난세포를 이식했고 9개월후 암소 5마리가 복제송아지를 출산했다'는 신문기사를 예문으로 주고 `이 같은 실험으로 어떤 아이디어가 검증될 수 있는가'(서술형)를 묻는 과학 평가 문항은 독해능력과 함께 교과에 대한 지식을 복합적으로 활용할 것을 요구한다. 또 수학 평가에서 여러 가지 모양<그림2>을 제시하고 `면적이 가장 큰 모양은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서술형) `모양 C의 면적과 둘레길이를 추정하는 방법은 설명하라'(서술형)는 문항은 학생들에게 수학적 추론 능력을 요구할 뿐 아니라, 이유와 과정을 설명하는 의사소통 능력까지 요구한다. 이러한 문제에는 하나의 답이 아니라 다양한 접근법이 존재할 수 있으며, 수학적 창의성을 함양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PISA에서 측정하려는 능력은 `교과서적인 지식'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수학적 개념과 과학적 개념 등을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소양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양은 인간이 업무 또는 개인적 상황에서 직면하는 고차원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인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노국향 박사는 "PISA 평가 문항은 학교 교육과정으로부터 독립적이다. PISA에서 평가하고자 하는 능력은 참여국의 교육과정에 기초하여 선정된 것이 아니라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력이나 소양을 평가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말은 PISA는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치는가'에 근거한 평가가 아니라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에 근거한 평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문항들은 수행평가의 모범적 전형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와 관련 PISA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PISA의 평가 틀과 실제 평가문항을 예시한 평가문항집을 발간, 교사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조성철 chosc1@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