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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선배님을 보내며


정년퇴임은 아름답다
62세 정년 단축 이후 마지막 명퇴를 위한 막차도 떠나고, 이제 선생님께서는 65세 정년퇴임을 하시게 되었습니다. 당근 몇 개분 퇴직금 계산의
숨 가쁜 속셈을 떨쳐버리시고, 선생님께서는 정년퇴임의 명예를 택하셨습니다. 명예퇴직을 택하신 분들의 고뇌와 결단을 모르는 바 아닌 것처럼
정년퇴직을 택하신 선생님의 고뇌와 결단 또한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그 고뇌와 결단의 가치를 어느 쪽에 더 주자는 것이 아니라 교직 생활이
지금까지 해 온 날만큼 남아있는 저로서는 정년퇴임의 아름다움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엄청나게 적은 수의 65세 정년퇴임자의
수적 희소가치도 아름다움을 구성하는 외적 요소가 될 것입니다.
이번에 정년퇴임 하시는, 제가 알고 있는 두 분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저는 그분들을 잘 알지만 그분들께서는 아마 저를 잘 모르실
겁니다!)
한 분은 자칭 학연의 피해를 엄청나게 당하신 분입니다. 그래서인지 그 선생님께서는 늘 자신의 최종 학력을 초등학교 졸업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분의
학연론은 독특한 면이 있었습니다. '콩밥론'이 바로 그것인데, 흰쌀밥에 드문드문 박혀있는 검정콩의 중요성이 그 요지입니다. 흰쌀밥과 검은콩의
조화가 우리들의 영양을 담보하는 것처럼 구성원의 다양한 학풍이 조화를 이룰 때 교육도 우선 형식면에서부터 체면이 선다는 것이 그 분의
주장이었습니다. 비록 높은 자리까지 오르지 못한 채 평교사로 정년퇴임을 하시는 그 분이지만, 자리가 높다해서 생각도 마냥 높은 것은 아닌 것처럼
자리가 낮다해서 생각도 낮은 것은 아니라고 믿기 에 '그분의 개똥철학'을 언젠가 약에 쓰기 위해 이렇게 모아 봅니다.
정년퇴임을 하시는 또 한 분은 우리가 매우 자랑스럽게 늘 앞자리에 모시는 분입니다. 생각과 실천이 항상 신선하고 육중하면서도, 한 번쯤 그 옆에
나란히 서 보고 싶고, 여기저기 신기한 듯이 만져보고도 싶은 분입니다. 그 분의 생각은 '∼이즘(∼ism)'이라 할 정도로 객관성과 독창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저 분의 인품과 능력을 극복하지 못하고서는 사람 구실을 못하겠구나 라고 항상 극복의 대상(?)으로 삼아 개인의
게으름을 스스로 일깨울 수 있도록 해주시는 그런 분이십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가장 평범하게 교육현장을 지켜오신 분과 가장 화려하게 교육현장을 지켜오신 두 유형의 어떤 대비를 느끼게 되었는데, 그러나
본질은 그것이 아님을 잘 아실 것입니다. '벌써 정년퇴임이구나.' 라는 회한보다는 '이제 다시 무엇인가 또 할 수 있구나.'라는 청년의 마음을
갖고 정년을 맞이하시는 극소수의 고집스런 선생님들! 그래서 선생님의 정년퇴임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심장근 충남 예산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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