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육’ 하면 왠지 형식적이고 딱딱할 것 같다는 선입견을 지우기가 힘들다. 서울고(교장 이규석)에서 운영하는 통일아카데미반은 이런 선입견을 넘어선 좋은 예라 하겠다. 개발활동의 일환으로 지난해 3월 시작된 통일아카데미반은 현재 이 학교 1학년 학생 9명이 참가해 운영되고 있다.
지도를 맡고 있는 송두록 교사는 “요즘 학생들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서 국가나 민족, 통일에 대해 거의 관심이 없다”면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통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끝에 통일아카데미반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던 학생들도 북한에서 직접 찍은 북한 학교의 사진 등 다양한 시청각 교재와 강의를 접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 2일에는 새터민 학생과 함께 학습 도우미 형태의 멘토링 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특별 초청돼 통일아카데미반 학생들과 토론시간을 가졌다. 서울고 1학년 오수웅 군이 “새터민 학생을 위한 활동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통일로 나갈 수 있겠는가” 질문을 던지면서 열띤 토론이 시작됐다.
멘토링 활동 중인 대원외고 2학년 이용원 군은 “처음에는 단순히 새터민 학생 과외봉사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남북분단과 통일, 북한문화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자란 곳이 다르고 문화가 달랐던 새터민 학생과 나의 진심이 서로 통하는 것이 바로 하나 되는 통일의 길이 아닌가 싶다”고 의젓한 견해를 폈다. 같은 학교 2학년 박라경 양도 “학습 도우미 활동을 통해 ‘가르치는 것이 배우는 것’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며 “우리 민족의 화합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가위바위보에 져서 떠밀리듯 통일아카데미반에 참가하게 됐다는 이 학교 김성학 군은 수업이 끝난 뒤 “기회가 된다면 직접 새터민 학생을 돕는 활동에 참여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서울에만 300명 이상의 새터민 학생이 있지만 생활과 문화의 차이, 남한 학생들의 거부감 등으로 인해 새터민 학생들은 학교생활 적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송 교사는 “남한 학생들과 새터민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하나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이 통일의 밑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