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는 세대에게 쏟을 수 있는 가장 값진 투자는 교육이다. 국가 간 선의의 경쟁이 국력으로 나타날 때, 교육은 국가의 장래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입버릇처럼 내일의 역군이 청소년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역군을 키우는 사람이 교사라는 사실은 쉽게 잊어버리고 그 무거운 짐을 감당할 교사의 권위를 세우는 일에 너무 소홀하다는 느낌이 든다. 새 천년을 맞아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때, 교원의 사기가 꺾이고 교육에 대한 열정과 사명감도 예전만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평생 교단을 지키며 꿈나무들을 기르는 일이 자신과 사회와 국가에 대한 유일한 희망이라고 자부하던 경륜 있는 교사들이 앞다투어 교단을 떠났고 또 얼마나 훌륭한 교사가 떠날 준비를 하는 지 모른다. 무엇이 교사들을 이토록 절망하게 했을까.
교육개혁의 소용돌이 속에 이제 교육현장은 교육의 질 향상은 고사하고 교권의 실추로 학교교육의 근간이 흔들리고 교육의 목표와 방향이 배움의 주체인 학생들에게 침투되지 않는 교실붕괴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수업 중이던 교사가 학부모에게 옆구리를 채이고 실신해 병원에 입원하고 교사가 학생에게 머리채를 잡히는가 하면 학생이 교사를 고발해 연행되는 등 연이은 교권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교육계의 한 사람으로서 경악과 분노를 넘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하는 참담함에 서글퍼진다.
갈수록 사제지간이 무너지고 사회적 존경심도 희미해져 가는 외로운 길. 입시위주의 교육과 일부 촌지, 체벌교사 문제 등으로 학교와 교원이 불신을 받고 교사는 더 이상 설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평생을 박봉과 싸우며 외롭고 험한 세월을 땀흘려 수고한 많은 원로 교사의 땀방울이 오늘날 이 나라를 이만큼이나마 살게 만든 원동력이 아닌가 자위해 본다.
분명 학교는 교원, 학생, 학부모가 사랑과 신뢰와 존경의 마음으로 만나는 공동체여야 한다. 교권이 서야 교육이 서고, 교육이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자율과 창의에 바탕을 둔 학생중심 교육도, 오고 싶은 학교, 즐거운 학교 건설도 가르치는 교사가 신바람이 나지 않으면 한낱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다.
교권은 주의나 주장으로 신장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자 모두가 천직으로 알고 사랑과 헌신으로 봉직하여 제자들과 지역사회의 존경과 신뢰를 한 몸에 받을 때 저절로 회복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