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는 교사 자격증을 가지고도 선뜻 교직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오히려 사교육 기관이나, 외국인 대상 어학 연구단체에 흡수되어 차선의 교육 현장에서 일을 하는 것이다.
예비교사들이 교정을 기피하는 이유는 학생들을 다루는 것이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학과목을 가르치고, 학사 업무를 돌보는 것에는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지만 제멋대로 구는 학생들을 다잡는 일은 너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러니 보수가 다소 낮더라도 유사한 형태의 직업을 선택하는 것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현직 교사라 할지라도 학생들을 잘 다룰 수 있는 뾰족한 수를 마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공립 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 관리 부분은 아예 포기해 버리거나 학생들의 자율에 맡겨버리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스쿨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흡연을 하거나, 남녀 학생들이 뒤엉켜 눈살을 찌푸릴 일을 벌인다할지라도 '학교 밖'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애써 눈감아 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호주의 초등학교들이 최근 철학 교육을 도입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언뜻 보기엔 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것과 폭력, 차별, 왕따 현상 등을 예방하는 것과의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살면서 겪게 되는 여러가지 문제를 흑백논리가 아닌, 이렇게도 생각해보고 저렇게도 결론을 내려보는 훈련을 시킨다는 점에서 '철학'은 더없는 '현실 학문'이다.
호주 교육부는 '철학'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고리타분한 학문, 난해하고 복잡한 사상을 떠올리기 쉽지만, 철학을 세상 속으로 제대로 끌어들이기만 하면 하나의 '정답'이 있을 수 없는 현실에서는 실용적이고 유용한 도구로 적용을 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철학과목을 도입하게 된 배경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철학'을 정식과목으로 채택한 이후 학생들 간의 '왕따 현상'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경험한 학교가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행복이 무엇일까요?" "행복하려면 항상 낙천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해요." "그렇다면 몸이 아프거나 다쳤을 때도 낙천적으로 생각하면서 행복할 수 있나요?" "그럼요, 저는 어렸을 때 나무에서 떨어져서 팔이 부러졌는데 그 때도 웃었는데요."
호주 빅토리아주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의 철학수업시간. '행복'에 관한 진지한 토론이 벌어졌다. 단순하고 모호한 사고만 할 줄 알았던 어린 학생들이 교사의 ‘산파적’ 대화법에 잘 이끌려 오면서 제법 깊은 곳까지 생각의 영역을 확대시켰다. 이어 '아름다움'과 '공평함' 등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 등으로 주제가 확장되면서 수업 분위기는 자못 열기를 더해간다.
호주의 초등학교는 실험적으로 도입된 철학과목의 실효성을 조심스럽게 검토하면서 정규 교과목으로 정착시킬 준비를 점차적으로 하고 있는 추세이다. 현재는 주로 5~7학년의 고학년을 대상으로 하지만 머지않아 저학년과 유치원 과정으로 넓혀나갈 방침이다. 대부분의 중고등학교는 철학뿐 아니라 종교와 사상 등을 교과목으로 이미 채택하고 있다. 대학 입학시험에서 종교학이나 고전학문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