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교육개혁과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초·중등교원의 정년이 62세로 단축되는 바람에 많은 교원이 퇴직, 또는 명예퇴직으로 교단을 떠났다. 그리고 연세 많으신 교원이 퇴직함으로써 젊고 발랄한 교원이 두 배, 또는 세 배의 숫자로 새로이 취업을 할 수 있어서 예비교원의 실업률은 낮아질 것이라고 당시 교육부는 밝은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IMF 이후 전체 교사 규모를 보면 97년 802명, 98년 764명, 99년 369명, 2000년 1966명을 증원했을 뿐이다. 한 명이 퇴직할 때마다 두 세 명의 교사를 늘리기는커녕 퇴직한 교원수의 8분지 1도 안 되는 숫자를 더 뽑았을 뿐이다.
더구나 지난 8월말 명퇴자 수는 초등, 중등, 대학을 합해 모두 5461명에 달한다. 그런데 2001년도 교원수급을 위해 교육부가 내놓은 신규 채용자 수는 겨우 5500명이다. 그것도 유치원 359명, 초등학교 2380명, 중등학교 2577명뿐이고, 그 중 상당수의 초등교원은 명퇴자 2892명을 기간제 계약임용으로 다시 채용해 충당한다고 한다. 신규 교사를 뽑는 게 아니고 그야말로 명퇴금 주고 다시 채용하는 꼴이다. 또 중등교사의 임용은 실질적으로 금년 8월에 퇴직하는 2702명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인원을 새로이 뽑는데 그쳤다.
그런데도 행자부와 기획예산처는 공공부문 인력감축을 추진 중에 있어서 그 5500명 증원계획 중 겨우 1945명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것은 2004년까지 초등교와 중학교의 학생 수를 학급당 35명, 고교는 40명으로 줄이기 위해 연차적으로 교사를 증원하겠다는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말로는 증원을 외치면서 첫해의 계획조차 매우 부정적인 충원에 그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사실 OECD 가입 국가 중 교육여건이 가장 열악한 나라가 우리 나라라는 것은 교육계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가령 미국·일본 등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학교·교실 증설과 교사확보에 나서고 있어 미국은 2006년까지 초중고 학급당 23명에서 18명으로 줄일 계획이고 일본은 국어·수학·영어 등 교과에 따라 학급당 20명으로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우리가 미국·일본과 동등한 수준은 아니라도 그 근처까지 따라잡지 못하면 미국이 겪고 있는 학력저하, 일본의 학급붕괴 등의 전철을 밟게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현재 선진국의 학급당 평균인원은 영국 22명, 미국 23명, 프랑스 25명, 일본 31명, 한국 38명이다.
따라서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바꾸고, 장관을 부총리로 승격시키면서 신규교원 채용계획을 줄여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예비 중등교사는 3만 명이 넘어 매년 임용고사에 응시하는 인원이 선발인원의 열 배를 넘고 있다. 이들이 취직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원선생과 과외선생으로 나가고 있는 만큼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그렇지 않아도 사교육비가 공교육비를 훨씬 앞서고 있는데, 앞으로 사교육비가 더욱 더 늘어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교육은 기업처럼 투자를 해서 유형적인 흑자를 내는 부문이 아니다. 지금 우리 나라의 국력은 세계 12, 13위로서, 이런 장족의 발전은 사실상 과거의 교육열이 가져온 결과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일이다. 그래서 교육부문에 대해서는 아무리 많은 투자를 해도 오히려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내년도 5500명 신규채용 규모를 늘리지는 못할 망정, 줄이는 일은 절대 없도록 행자부와 기획예산처가 다시 한번 숙고해 주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