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염창중 최일환 교장은 최근 이색 소책자를 펴냈다. 지난해 여름방학에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간 일본 학생들의 방문기를 번역해서 책자로 엮은 것이다.
일본 오이타현 교직원연합은 일본정부가 진상을 밝히지 않고 있는 한·일간의 왜곡된 역사를 학생들에게 바로 알리기 위해 교원과 학생, 학부모 방문단을 구성, 매년 여름방학에 한국을 찾고 있다. 이 같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배우는 한국 평화의 여행’은 올해로 5회째. 지난 8월초 한국을 찾은 방문단 44명은 2박3일 동안 안중근 기념관, 서대문 형무소, 독립기념관, 나눔의 집 등을 돌아보는 한편 염창중을 찾아 이 학교 학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최 교장이 오이타현 방문단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년 전 장위중에 재직할 당시, 방문단 활동이 단순 관광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쉬워 한국학교를 둘러보고 역사체험을 주선해주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최 교장은 “일본 학생들의 여행 감상문을 보면 한결같이 일본이 저지른 잘못을 속죄하는 마음을 적고 있었다”면서 “이러한 내용을 많은 분들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심하던 끝에 소감문 전문을 한글로 옮겨 책자로 펴내게 됐다”고 밝혔다.
일본 학생들은 감상문을 통해 “이토히로부미는 헌법제정에 참여했던 초대 총리대신 정도로 알고 있었다”면서 “그가 한국인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인물이었다는 것에 놀랐고 안중근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위안부 나눔의 집을 방문한 뒤 많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한 학생은 “나눔의 집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 채로 방문했기 때문에 매우 충격을 받았다”면서 “일본정부가 이 문제에 전혀 관계없는 것처럼 반응하고 있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귀국 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대응과 국민 수준의 대응에 대해 조사해봤다”고 적었다. 서대문형무소에 대해서는 “일본군의 심한 고문과 불평등한 재판이 무서웠다”며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교과서에는 진실이 써있지 않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정직하게 사죄를 하고 한일 관계가 우호적인 관계를 갖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최 교장은 “한국을 찾아온 일본인들에게 올바른 과거사를 알리는 것은 한국과 일본 청소년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개인이나 학교 차원이 아니라 지자체나 국가가 나서서 이러한 방문단 지원을 체계적으로 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