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 항의단 강력 요구로 ‘사과’ 받아내
가해자 “교직에 계신 모든 분들께 사죄”
자퇴한 아들의 재입학을 요구하던 학부모가 교장에게 폭행을 가해 실신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 한국교총(회장 이원희)과 서울교총(회장 안양옥)의 ‘교권 119팀’이 긴급 출동했다.
교총의 발 빠른 대응에 폭행 가해자인 구의원이 공식적인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교육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권확립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건=지난달 31일 오전 9시 50분 경 서울 K고 자퇴생 정 모 군의 아버지(현 강북구의회 의원)가 교장실로 전화를 걸어 “야, 이 ××야 니가 교장이면 복학을 시켜야지 왜 말을 안 들어. 내가 너희들을 다 죽일 수 있어”라며 약 5분간 욕설을 퍼부었다. 한 시간 후 정 군 엄마와 정 군 아버지의 친구인 강북구의회 의원 김 모 씨가 교장실로 찾아와 교감이 동석한 가운데 면담이 시작됐다. 정 군의 엄마는 “우리 아들의 장래를 책임지라”며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김 모 씨가 휴대전화를 받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정 군의 아버지가 교장실에 기습적으로 난입, “교장이 어떤 ××야”하고 고함을 치며 교장에게 달려가 턱을 가격한 다음 계속해서 멱살을 잡아 흔들다가 복부를 걷어찼다. 교감이 112에 신고하려 하자 정 군 엄마가 달려들어 제지했다. 이에 교감이 교무실로 달려가 교사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112 및 119에 신고했다. 경찰관 6명이 출동해 “이 ××들 버릇을 고쳐놓겠다”며 폭언을 해대는 정 군 아버지 연행하고, 교장은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됐다.
◇대응=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고 의식을 회복한 교장은 가해자인 정 의원을 폭행 혐의로 관할 경찰서에 고소했다.
이번 사건을 “교권과 인권을 유린한 패륜적 범죄”로 규정한 한국교총과 서울교총의 ‘교권 119팀’은 6일 강북구의회를 항의 방문, 폭행 가해자인 정 의원에게 “백주대낮에 교육자를 폭행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행위이자 ‘교육에 대한 테러’”라며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강북구의회 윤영석 의장에게도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일어난데 대해 의회 차원에서 사과하고 정 의원을 즉각 징계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윤 의장은 거듭 사과의 뜻을 표하며 “회기 내(14일)에 징계위를 열어 징계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정 의원은 7일 교총으로 자필 사과문을 보내 “교직에 몸담고 계신 모든 분들께 깊이 사죄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사과문에서 “어제의 (교총 항의단)방문에 큰 감동을 느꼈으며, 교육에 희망을 새롭게 갖게 되었다”고 밝혔다.
한국교총과 서울교총은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이 사건은 인권을 유린한 범죄행위로 사법당국은 가해자를 즉각 구속 수사하고, 교권이 실추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엄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영 서울시교육청 장학관은 “관계 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교원 전체의 명예와 교권이 실추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명확하게 조사하고 엄정하게 조치해야 할 것”이라며 “교권침해 예방을 위한 제도와 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 의원 항의 방문에는 김부영 고대사범대부속중 교사, 이경숙 인강학교 교사, 백복순 교총 정책본부장, 김한석 서울교총 사무총장, 윤남훈 정의여고 교장, 김홍배 서울관광고 교장, 이원표 동구여상 교장, 최수혁 수도중 교장, 왕표순 송곡여자정산고 교장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