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말에 고시된 제7차 교육과정은 금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 적용을 출발로 본격적인 도입 시행에 들어가게 되었다. 제정 당시부터 많은 논란과 시비를 불러일으켰던 제7차 교육과정은 그 시행 단계에서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 여러가지 문제가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현장 교사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는 문제의 초점은 제7차 교육과정이 이론만 있을 뿐 실제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비록 실제적 방안이 있다 하더라도 현실적인 학교여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보여진다. 사실 제7차 교육과정은 당시 OECD 가입을 비롯한 경제적 호황을 누리던 문민정부 하에서 계획되었고, 제7차 교육과정이 시행될 시점(2000년)에 이르면 우리 나라가 국민소득 2만불 시대에 진입할 것을 예상하며 구안된 장미빛 청사진이었다.
수요자 중심, 학습자 중심 교육을 핵심 아이디어로 표방한 제7차 교육과정은 학제개편을 전제로 10년간의 국민공통기본 교육과정을 설정하였고, 학습자의 흥미와 능력 및 요구에 상응하는 교육방안으로 수준별 교육과정이 제안되었다. 그밖에도 자기 주도적 학습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재량시간의 확대나 교육과정의 질 관리를 위한 평가체제 등 이상적인 교육이론을 대폭 수용하고 있는 것이 제7차 교육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제7차 교육과정 고시 당시 우리 나라는 이미 IMF체제에 들어갔고, IMF의 터널을 벗어났다고 하는 지금에 있어서도 국민소득 20,000불 시대는 요원하기만 할 뿐이다. 더구나 ‘문민정부’가 물러나고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서 새로운 교육정책의 변화를 추진하면서 오늘의 교육여건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 많은 교사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당초 충분한 여건 조성과 지원을 전제로 성안된 제7차 교육과정의 설계는 이제 그 시행단계에서 다시 점검되고 보완되지 않으면 안 되리라 보여진다. 교육부의 교육과정 정책담당자들도 한번 결정한 것이니 그대로 밀고 나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접고 학교현장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수렴하는 유연한 자세를 갖기 바란다. 교육의 실천은 이상이나 이론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