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신경제 5개년 계획으로 추진된 실업계고교 확대정책은 전국의 실업계고교 수를 급격히 증가 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실업교육 확대정책이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실업교육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이 되고 있다.
실업학교의 양적 팽창에 따른 제반 지원이 따르지 못하면서, 대폭적인 예산 삭감, 지원학생 수 감소, 중도탈락 학생 증가, 생활지도의 어려움, 인문계 위주의 구성된 교과서와 대학교재 수준의 전문교과 내용, 이에 따른 일부 비판적인 사회 인식까지 가세하면서 실업교육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일부 학교는 인문계로 학과 개편을 하기도 하고, 학과나 학급 수를 축소하거나 특성화 고교 및 통합형 교육과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실업교육의 붕괴현상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또한 일부의 실업교육 무용론도 기능인력 양성을 통하여 산업발전을 이끌어 왔던 실업교육의 공로를 애써 외면하는 대안 없는 비판에 불과한 것 같다.
실업교육은 그 중요성에 비추어 현재보다 오히려 강조되어야 한다. 실업교육의 존립을 위협하기보다 매력 있는 실업교육을 추진하여 다수의 유능한 학생들이 실업계를 지원하고, 실업교육 본래의 교육목적을 달성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러한 실업교육을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째 기능 우수자에 대한 우대 정책이 확대되어야 한다. 어렵고 힘든 일을 감당하면서도 사회적인 냉대와 저임금에 시달린다면 누가 숙련된 기술을 익히고 산업에 종사하려 하겠는가. 현재와 같이 특별한 인센티브가 없는 실업교육이 지속된다면, 상급학교 진학에만 관심을 갖게 되고, 그 결과는 고학력 하향취업자 양산의 악순환이 되풀이 될 것이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이 불가능하여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한다는 왜곡된 사회 인식은 깊어만 갈 것이다. 과감한 학력파괴와 임금격차 해소를 통해, 우수 기능 소유만으로도 충분한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대폭 확대하여, 전문대, 기능대 등 고등교육을 통해 연계성 있은 교육이 이루어 질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둘째로는 첨단 산업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체제를 확립해야 하겠다. 첨단 산업은 짧은 주기로 변화 발전하고 있는데 학교는 이를 따르지 못하여, 학교에서 배운 기술이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교육과정 운영을 좀더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특성화를 통해 성공한 경우처럼 순발력 있게 사회의 요구를 수용하며 학생들의 관심도 반영하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겠다.
셋째로는 실업계 학생을 위한 평생교육 체제를 확립하고 교육 내용을 재구성해야 한다.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누구나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수학능력고사 성적 위주의 현행 대학 입학제도와 인문계와 동일한 교과서는 전문교과 위주로 학습해야 하는 실업계 학생의 진학에는 큰 장벽이며 이중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영어나 수학에는 재능이 부족하지만 기능이 우수한 실업계고 학생들이 그들의 기능을 더욱 연마할 수 있는 길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자랑스러운 장인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는 상급학교 진학의 길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우수한 기술인의 양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인문계 위주의 대학입학시험 제도가 실업교육의 부실을 초래하는 큰 원인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또한 교과 내용을 대폭 하향 조정하고 학습양도 축소해서 전문교과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실업계 고등학생은 전체 고등학생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자기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경쟁력 있는 인력으로서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실업학교 학생에게 불리한 진학 제도, 인센티브 없는 산업체의 현실, 실종된 실업교육 지원 정책, 편협한 사회인식 개선을 위한 대책을 재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