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내내 쟁점이었던 ‘3불 정책 논란’이 대선 가도에서 다시 점화됐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9일 주요 교육공약의 하나로 3단계 대입 완전 자율화 방침을 밝혀 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후보는 이와 함께 자율형사립고 100개, 기숙형공립고 150개, 마이스터고 50개 등 특성화고교를 300개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고교평준화의 큰 틀은 유지하되 고교 체제를 다양화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대해 ‘3불 정책’을 ‘교육 3원칙’으로 불러달라고 주문해 온 교육부는 ‘집권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며 고교평준화 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3불 정책의 재고를 강조해 온 교총은 이 후보의 공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자율형사립고의 대폭 확대 구상은 귀족학교의 출현이라는 예상되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사학을 사학답게 육성하고 획일교육의 폐단과 하향평준화를 보완하는 길이라는 점에서 적극 추진을 주문하고 있다.
고교체제의 다양화는 공교육에 숨통을 틔우고 학부모들의 학교선택권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교육부는 고교평준화 체제가 흔들리면 사교육비가 창궐하고 공교육이 무너져 내린다고 위기감을 조성하나 국민 일반은 거꾸로 현행 획일교육과 하향평준화로는 우리 국가의 미래가 암담하다고 걱정하고 있다. 이번 이 후보의 교육공약도 이러한 국민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 공교육은 세계 20여 개국에 조기유학으로 인한 교육난민촌이 형성될 정도로 학부모들의 꿈과 희망을 배반하고 있다.
평준화의 이름으로 학교 간 경쟁과 차등을 불온시하는 정책이 오랜 기간 지속돼 우리 공교육은 경쟁력을 잃고 만성적 무력감에 빠져 있다. 교육부는 이 후보의 표가 떨어질 것을 예단하기보다 수월성 교육을 지향하는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고 우물안개구리 식 주장만 펴는 시스템의 문제점을 성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