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에 무자격교장제(내부형 공모) 34개 2차 시범실시학교 선정 추진 공문을 은밀히 내린 바 있다. 무자격교장제가 교육현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2차 시범학교 선정 추진이 대외발표도 없이 밀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개탄스럽다. 이러니 ‘말로는 참여정부, 행태는 밀실정부’라는 말이 회자하는 것 아닌가 싶다.
올 2학기에 처음 실시한 무자격교장제는 학교단위에서 교장 선정과정을 둘러싸고 고소․고발이 오가는가 하면, 단 몇 시간 만에 허술하게 교장을 선정하여 ‘로또 교장’이라는 비판이 강하다. 이에 대한 문제점 보완과 실태조사 발표도 없이 교육부가 2차 시범실시를 강행한다는 것은 책임 교육행정을 포기한 무책임한 처사이다. 하물며 교총이 무자격교장공모 시범학교에 대한 방문 실태조사를 통해 그 실상을 발표했음에도 교육부는 아직 변변한 실태조사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무리한 무자격교장공모제 추진은 교육행정의 전문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학교의 민주성이라는 허울 아래 교직사회를 판갈이하려는 저의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교육혁신위가 무자격교장제와 더불어 교육계의 오랜 숙원인 수석교사제와 동시에 시범실시한다고 밝혔으나 수석교사제는 아직까지 구체적 일정을 제시조차 하지 않고 있다. 유능한 교장의 선발은 소위 ‘코드’에 의한, 학교지배구조 개편 차원이 아닌 교육적 관점과 능력위주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행정을 책임질 교장의 임용을 단 몇 시간 만에, 몇 사람만의 논의과정을 거쳐 선발하는 무책임한 의식과 행정은 시정돼야 한다. 미국, 영국 등 교장자격제도를 강화하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여 학교의 정치장․선거장화를 부추기는 무자격교장제를 더 이상 강행하는 것은 교육백년대계를 무너뜨리는 처사다. 교육황폐화의 원인제공이 역대정부의 실정이었음을 자각하여 문제투성이 무자격교장공모제 시범실시를 철회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