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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기꺼이 가르치려는 당신! 당신의 이름은 '교사'입니다



교사가 없는 교육을 상상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 사회에는 교사가 있는가. 학교에서 교사들이 교육에 관해 고민하고 토론하는 것이 어색한 일이
돼버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가르치는 일의 의미를 분명하게 하기보다는 단편적인 지식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주입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일이
돼버린 학교교육. 교육인 것과 교육 아닌 것이 뒤섞인 채로 혼란스럽게 돌아가고 있는 학교를 교사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파울로
프레이리(1921~1997)는 현실 속에서 나약함을 극복하고 용감하게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을 통해 교사가 '교사'로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가 교사들에게 충고하는 "기꺼이 가르치려는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프레이리의 교사론"(아침이슬)을 발췌해 싣는다.

낮은 봉급, 사회적 홀대 그리고 냉소주의의 희생양이 될 위험 속에서도 계속해서 가르쳐 왔고 또 그렇게 해야합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마음의 관료화에 '아니오'라고 말하는 방법을 꼭 배워야 합니다. 우리는 이런 모든 시도를 그만두는 것이 차라리 물질적으로 이득이
될지라도 이 도전을 계속해야만 합니다.

머리말 '교육학의 함정'에서=우리는 어리석고 감성적이라는 말을 듣거나 반과학 까지는 아니지만 비과학적이라는 말을 듣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용감하게
사랑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우리는 온몸으로 공부하고, 배우고, 가르치고, 알게된다는 것을 단순히 허튼 소리로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느낌, 정서, 소망, 두려움, 의심, 열정과 비판적 이성으로써 이 모든 일들을 해냅니다. 결코 비판적 이성만으로 공부하고,
배우고, 가르치고, 알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인지와 정서는 둘이 아니라고 말해야 합니다. 잘 알고 있듯이 우리는 오랫동안 낮은 봉급, 사회적
홀대 그리고 냉소주의의 희생양이 될 위험 속에서도 계속해서 가르쳐 왔고 또 그렇게 해야합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마음의
관료화에 '아니오'라고 말하는 방법을 꼭 배워야 합니다. 우리는 이런 모든 시도를 그만두는 것이 차라리 물질적으로 이득이 될지라도 이 도전을
계속해야만 합니다.

네 번째 편지 '진보적인 교사의 자질에 관하여'=시인 티아고 데 멜로가 말했듯이 교육자들에게 일종의 '무장된 사랑(armed love)'이
없다면 그들 직업의 부정적인 면들을 견뎌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무장된 사랑이 없다면 쥐꼬리만한 봉급과 교사들에 대한 홀대 등 정부의 멸시와
모든 부조리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교사는 자식을 양육하는 어머니가 아니라 분명한 자기 입장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 사랑은 싸우고 고발하고 선언할 권리와 의무를 믿는 사람들의 치열한 사랑, 즉 '무장된 사랑'으로 전화되어야 합니다.
진보적인 교사에게 꼭 필요하고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것은 바로 이런 형태의 사랑입니다.

여섯 번째 편지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관계에 대하여'=최악의 사태는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관계가 파괴되는 것입니다. 교사가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늘 나약해 보이고 의심스럽고 학습자와의 관계에서 믿음직하지 못하면 그 교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청소년 때였습니다.
학급질서를 잡지 못한다는 이유로 많은 학생들이 함부로 대하는데도 어쩌지 못하고 가만있는 선생님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걸 보고 나는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수업이 2교시였는데도 그 선생님은 이미 완전히 지친 상태로 교실에 들어왔습니다. 심술궂은 학생들은 선생님을 잔뜩 놀려줄 태세를 하고
있었지요. 이 해괴한 수업을 마치자마자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감히 등 한 번 돌리지 못한 채 뒷걸음쳐 교실 문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아이들을
두려워하고 그 아이들 때문에 직장에서 쫓겨날까 두려워했던 선생님의 나약하고 기죽은 이미지를 나는 청소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장차 교사가 되리라 희망했던 나는 그 교사의 권위가 철저히 무너지는 걸 보면서 스스로 이렇게 다짐했습니다. 최종결정을 항상 자기 맘대로 내리는
오만한 교사, 즉 무한권력을 휘두르는 권위주의자에게 끌려 다니지도 말며 청소년 시절 그 선생님처럼 권한도 존재도 철저히 상실 당하고 불안해서
이리저리 끌려 다니지도 말아야지, 그래서 나의 존재 자체가 부정 당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지라고 말입니다. /서혜정
hjkara@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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