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영어몰입교육 실시계획'을 발표함으로써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영어몰입교육은 영어교과는 물론 영어 이외의 교과까지 영어로 수업하여 최소한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발표된 안이었다. 특히 기러기아빠나 펭귄아빠를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었다는 것도 영어몰입교육 방안을 발표하는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발표로 인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지적되면서 논란이 가중되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영어 이외의 교과를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몰입교육을 국가적 시책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영어교과는 2010년부터 영어로 수업을 실시하도록 하겠지만 나머지 교과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실시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2-3일 사이에 입장이 바뀐 발표를 내놓은 것으로 보아 앞으로 또다시 어떻게 입장이 바뀔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부작용은 물론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 않은 사안에 대해 한발짝 물러난 것은 옳은 판단이었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와중에서 서울시교육청은 새 정부가 추진하는 영어 몰입교육에 대비해 초·중학교 영어시간을 기존보다 2배 이상 늘리겠다는 발표를 했다. 시교육청은 영어 몰입교육에 대비해 정규 영어수업 외에 재량활동 시간과 방과후 학교 등을 활용해 영어 공부시간을 2배 이상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시교육청은 영어로 다른 과목을 수업하는 것은 올해 초등학교 11개, 중학교 11개교에 시범 적용하고 이후 점차 확대하며, 원어민 뿐 아니라 영어를 잘 하는 대학생과 학부모를 보조교사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의 발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영어몰입교육'을 일반교과에서 실시하는 것을 국가시책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발표가 나옴으로써 서울시교육청의 발표가 성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선교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발표를 보면 서울시교육청의 발표가 오전중에 이루어졌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발표는 오후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당초 방침발표가 이루어진 25일을 전 후하여 곧바로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이미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여 성급한 발표였다는 것을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일선교원들은 서울시교육청의 방안이 현실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A중학교 B교사는 '재량활동 시간에서 1-2시간, 방과후 학교시간에서 1-2시간을 확보하면 현재보다 2배로 늘릴 수 있다는 방안은 이론적인 시간일뿐 현실적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언제는 재량활동을 충실히 하라고 지시하고 이제는 영어교육을 위해 재량활동 시간을 축소하라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발표로 논란이 가중되는 시점에서 성급히 발표한 서울시교육청은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고 시교육청의 성급한 발표를 비난했다.
또한 인수위원회에서 영어 이외의 과목에서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국가적 시책으로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도리어 시교육청에서는 올해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11개 학교에 시범적용한다고 발표한 것도 성급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미 다른 분야의 시범학교 선정이 대부분 마무리되어가고 있는데, 영어로 다른과목을 수업하는 시범학교를 선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시행하기 어려운 발표를 성급히 발표함으로써 일선학교 교원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각 시,도교육청에서 국가의 시책을 따르는 것에 대해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단순한 논리만으로 성급한 발표를 한다면 일선학교는 혼란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만큼 각급학교의 상급기관인 시,도교육청의 정책추진은 신중해야 옳다. 그렇지 않아도 시,도교육청의 정책에 따라 일선학교가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도교육청의 신중하지 못한 발표는 더욱더 학교를 어렵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선학교를 생각해서라도 상급교육행정기관들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할 때만이 우리나라 교육은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창희 서울 대방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