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교육청은 종로구, 도봉구, 관악구 등 5개 구청과 협약을 맺고 해당 자치구 관내 학교에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를 확대 배치하는데 협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서울시교육청 관내 초·중·고 총 446개교에 489명의 원어민이 배치되며 단위 학교별로 채용하는 원어민 숫자(작년 9월 기준 357명)까지 합하면 서울시내에는 약 850여명의 원어민 교사가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내 초·중·고교가 1230여개임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숫자다.
이번 협력사업은 구청에서 소요예산을 전액 지원하고 시교육청은 원어민 영어보조교사의 선발, 배치 및 복무 관리만을 맡기로 했다. 시교육청 교육과정정책과 최춘옥 장학사는 “원어민 보조교사 확대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가 많기 때문에 구청에서도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 “앞으로 구청과 교육청의 협력체제가 확대되면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새 정부의 ‘영어 몰입교육’ 바람을 타고 원어민 교사 배치 요구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영어교육마저 ‘부익부 빈익빈’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작년 9월 현재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배치 현황을 보면 시·도별로 격차가 매우 크게 나타난다. 각 교육청의 학교수 및 학생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재정이 열악한 것으로 분류되는 광주, 울산 등은 원어민 교사 확보율이 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다.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은 국제교육진흥원의 원어민 교사 초청 사업안 EPIK(English Program In Korea) 프로그램에 따라 원어민 보조교사를 수급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원어민 교사의 채용과 계약뿐 아니라 급여, 관리 등 전반적인 사항도 총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EPIK에 따르면 원어민 보조교사의 초봉은 최저 월 180만원부터 시작해 최고 250만원까지 4단계로 책정돼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원어민 보조교사를 구하기가 쉽고 재정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서울시와 경기도교육청은 EPIK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 별도의 자체 규정에 따라 원어민 교사를 채용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8개 등급에 따라 월 급여가 최저 180만원에서 최고 270만원에 이르며 경기도교육청은 최저 200만원에서 출발해 최고 23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역시 원어민 교사를 크게 늘리는 추세여서 지난해에는 1272명, 올해는 1542명이 배치될 계획이다. 지난해 경기도 관내 원어민 교사 배치를 위해 책정된 예산은 409억으로 이중 절반 가량인 200억은 경기도 등 지자체들이 부담했으며 올해는 예산규모가 453억으로 늘었다.
원어민 보조교사에게는 급여 외에 주택과 항공료 등이 지급되기 때문에 재정자립도가 낮은 교육청들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원어민 보조교사 한 명 채용하는데 연간 4천만원이 필요하다고 보면 된다”면서 “대부분의 지방교육청은 초등학교에 원어민을 배치할 예산이 없어서 중학교에 배치된 원어민 교사가 일주일에 나흘은 중학교 수업, 하루는 인근 초등학교 수업을 맡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나마 광역시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광역시와 수도권은 도시 지역으로 분류돼 별도의 지방수당을 주지 않지만 강원·경남 등 8개 도교육청은 원어민 보조교사에게 매달 지방수당 10만원을 급하고 있다. 도서벽지 학교 교사에게는 벽지수당 10만원도 따로 지급된다. 이처럼 도시에 비해 급여 부담이 큰데다 원어민이 대도시를 선호하기 때문에 지방교육청은 인력 수급도 쉽지 않다. 강원도교육청은 “원어민 교사를 직접 찾아가 애로사항도 듣고 불편함이 없도록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만 갈수록 지방 기피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