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들어 두번씩이나 국회에 상정되었다가 보류된 유아교육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교육부 장관 자문기구인 '유아교육발전 위원회'가 법안마련에 의견접근을 보이고 있고 '국공립유치원연합회' 소속 교원들이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유아교육법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현재와 같이 교육과 보육이란 애매모호한 구분으로 다양한 기관이 난립되어 있는 상태에서 올바른 유아교육을 기대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유치원, 어린이 집 등을 유아학교로 개편하여 유아교육을 정상화시켜야 하는데, 이는 조기교육을 강조하는 세계적인 추세와도 맞는 것이다.
그러나 시급하다고 해서 얼렁뚱땅해서는 안 된다. 교육은 삶의 질과 국가 발전의 요체가 되므로 최소한 다음 몇 가지 사항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첫째, 유아학교는 교육기관이라는 점이다. 이는 보육 기능보다 교육 기능이 강조 돼야 함을 뜻한다. 따라서 적정한 수업일수와 수업시수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최근 수업형태를 종일제냐 반일제로 하는냐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지만 교육기관인 이상 당연히 반일제를 원칙으로 하되, 학생 보호 등 현실적인 문제는 지역 실정에 따라 융통성 있게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교육의 질은 교원의 질에 의하여 좌우되므로 우수교원 확보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학교인 이상 정규교원의 확충에 노력해야 한다. 기관 통폐합에 따른 신분상의 문제가 있을 때 충분한 재교육 과정을 이수케 함으로서 교육의 질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여야 한다.
셋째, 정부내 부처이기주의와 집단이기주의를 떠나야 한다. 누가 뭐래도 유아교육법 제정의 최대 난관은 정부의 부처이기주의에 있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시각이다. 국민의 교육적 요구를 외면하는 부처이기주의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오늘날, 선진각국은 교육에 대해 막대한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말로는 교육 입국을 부르짖으면서 학교붕괴라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하고 있다. 나아가 유아교육까지 방치한다면 교육 발전을 저해한 역사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당장 유아교육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