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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나의 평생 스승

이 글은 신태옥 씨가 경북 봉화군청 홈페이지 ‘칭찬합시다’에 30여년간 학생들을 위해 노력한 남편에 대해 올린 글입니다. 주인공은 김동상 경북과학고 교사입니다.


오월은 감사의 달이라고 합니다. 옛날부터 가족을 칭찬하면 팔불출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의사소통의 시대이니 만큼 마음속에 담아 두지 말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표현하는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오늘은 그동안 마음속으로는 많이 생각했지만 직접 하지 못했던 나의 남편을 마음껏 칭찬하려고 합니다.

어린 나이에 만나서 시어른들 모시고 오늘까지 살아오면서 때로는 싸우기도 하고 화해도 하면서 여느 부부처럼 티격태격 살다 보니, 어느 덧 중년 후반. 남편의 흰 머리가 안쓰럽고 측은하고 가여워 보입니다.

젊은 시절엔 도회지의 화려한 생활도 해보고 싶었고, 고속 승진하는 남편의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고, 오붓하게 애들 데리고 나들이 가는 것도 부러웠습니다. 자수성가하신 시어른들의 근검절약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억압이 되었고, 자주 하시는 당부의 말씀은 건성으로 들었습니다. 그럴수록 남편이 답답해 보이고 농촌의 불편한 생활에 짜증이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이 하셨던 말씀을 지금은 내가 며느리들에게 한 마디도 안 빼고 그대로 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로지 사명감에 우직하게 매달리는 남편이 현실감이 없고 처세술이 없다고 타박도 했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남편의 외길 생활 방식이 자랑스럽습니다. 가끔 서슴없이 잔소리도 하면 ‘사람답게 살자’고 한 마디로 일축하는 남편입니다.

지난 스승의 날 아침 남편에게 “김 선생님, 축하드리고 오늘 하루 즐거운 날 되세요”하고 코맹맹이 소리로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평생 영원한 나의 스승으로 존경한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고맙소, 학생”하면서도 “당신 오늘 아침 뭐 잘못 먹었느냐”고 묻습니다.

남편은 30여년을 교직에 몸담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선생님입니다. 승진을 위해 전심전력을 기울이는 이들도 있지만, 남편은 학생들과 실험실에서 땀방울을 흘리며 자료 찾기에 여념이 없고, 인생과 학문에 대해 열변을 토했습니다.

이런 남편을 나는 처세술이 부족하고 고지식하다고 했고, 요즘 세상에 교사는 많아도 스승은 없다는데 유난스럽다고 타박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교사가 승진이 무슨 필요가 있으며, 학생들을 성의 있게 잘 가르치는 것이 바로 승진”이라며 도리어 나를 안타깝게 생각했습니다. 또 남편은 이렇게 말하기도 하더군요. “교사가 승진을 생각하는 것은 도 닦는 스님이 수도는 멀리 하고 주지 직을 탐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한 때는 이런 남편이 답답하게 생각됐는데 지금에서야 생각하니 남편의 선택이 얼마나 값지고 존경스러운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남편을 나의 스승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표현하고자 꽃배달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3만 원 짜리는 안 되고 최소한 5만 원 정도는 되어야 배달을 한다고 합니다. 돈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망설이다 차라리 그 돈으로 주말에 시장을 봐서 저녁상을 잘 차려주리라 다짐했습니다. 솜씨는 없지만 야생화를 한줌 꺾어다 물병에 꽂고 봉화의 명주 머루와인 한 잔으로 남편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렵니다. 다시 한 번 남편에게 고마움과 존경심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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