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치료하는 치과할아버지 인천연일학교 치과보건관리소 우광균소장 40년 개업의서 장애인 봉사자로 변신 "아이들과 눈높이 맞춰야 훌륭한 의사"
문을 두드렸다. 그는 없었다. 서성거리고 있는 두 눈 사이로 작은 체구의 할아버지 한분이 들어왔다. 병원에서 흔히 보던 의사는 아니었다. 흰 가운대신 곰돌이 `푸우'가 그려진 앞치마를 두른 반백의 할아버지. 생각을 미리 읽어는지 문을 열어주며 한마디 한다. "애들이 무서워해서. 친근감이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바꿨지" 인천연일학교 치과보건관리소 소장 우광균박사. 그의 공식 직함이다. 정신장애아 340명의 구강질환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다. 지난해 중구 신생동에서 40년간 운영해오던 우치과를 그만두고 옮겨온 곳이 이곳. 충분히 손쉬운 치료만으로 넉넉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일선에서 물러났다. 외과와 마찬가지로 치과는 힘을 요하는 직업. 하지만 자신의 기술을 100% 발휘할 수 없다는 생각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자신이 얻은 능력을 사회에 환원할 방법을 찾던중 동기동창이던 교육감이 뜻밖의 제의를 해왔다. 특수학교에서 자신의 능력을 제공하지 않겠느냐는 것. 물론 간호사 월급밖에는 지원해줄 수 없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부인의 작은 반대도 있었지만 치료용 유닛체어 2대와 17종 196점의 치과자재를 학교에 기증하며 바로 일을 시작했다. 예상은 했었지만 시작은 의외로 힘들었다.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는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묶기도 하고 달래보기도 했지만 힘으로 밀어부칠 수만은 없었다. 껴안고 입맞추고 어루만지고 최대한 스킨십을 느끼도록 했다. 앞치마를 두른 것도 이때부터다. 다행스럽게 6개월이 지나자 아이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저 늘 자신들과 함께 있는 할아버지로 인식하게 됐다. 그때부터 아이들이 부르는 호칭이 의사선생님에서 치과할아버지로 변했다. "아무리 훌륭한 시설이고 유능한 의사라도 여기서는 소용없어. 아이들 편에서 마음을 열고 눈높이를 맞추지 않는 이상"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오전은 모두 아이들에게 자신을 맡긴다. 구강검사와 불소도포를 675회 실시했고 치석제거 및 잇몸질환으로 고생하는 213명을 치료했다. X레이와 충전치료 등을 합쳐 총 2154건의 치료활동을 전개했다. 물론 초점을 두는 것은 예방이다. 아이들의 특수성 때문에 일반 치과 이용이 힘들었던 학부모들이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남의 눈을 의식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14일. 치과보건관리소는 개원 1주년을 맞았다. 유병세교육감이 우소장과 신옥경 간호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그에게는 아직 희망은 두가지 남아있다. 첫 번째는 전국의 장애인 학교에 이같은 시설이 갖춰졌으면 하는 것. 첫 투자비용이 많이들고 의사 월급주기가 힘들기 때문에 사실 불가능한 면이 많다. 그다음은 그 자신이 이 일을 그만두게 됐을 때 이 일을 맡아 해줄 사람이 꼭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협회에서 윤번제로라도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임형준 limhj1@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