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의 경질을 요구하는 교육계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9일 한국교총이 처음으로 이 수석의 실명을 거론하며 교체를 요구한데 이어 11일에는 전국교육위원들이 성명을 내고 이 수석을 교체하라고 주장했다. 전국민주공무원노조 교육청본부도 10일 이 수석의 경질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등 학부모단체까지 성명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등 17개 단체로 구성된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도 12일 이 수석 교체를 요구하는 성명에 동참했다. 사학법인협의회 고위 관계자도 1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개 행동은 곤란하지만 이 수석 경질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교육계가 이처럼 한목소리로 특정인의 교체를 요구한 것은 지난 1999년 이해찬 장관 퇴진요구 이후 처음이다. 이제 공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교육계에서는 김도연 교과부 장관의 사표수리가 기정사실화 되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 선택의 폭이 좁을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주호 폭탄’으로 갈등이 지속되는 것도 원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한국교총=‘청와대 주도’의 교육정책에 완곡한 우려를 나타내던 교총이 이 수석의 교체를 주장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혼선 중심에 이 수석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교총은 9일과 11일 잇따른 성명을 통해 “교육정책 추진에 있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교과부 및 교육 유관기관장 인사에서도 많은 파열음이 나는 책임이 이 수석에게 있다”며 이 수석 교체를 주장했다.
교총은 “이 수석의 독주로 인해 대통령을 지지했던 상당수 교육계 인사들조차 정부비판에 가세하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흐트러진 민심과 교육정책의 혼선을 바로잡겠다는 진정성을 국민과 교육계에 보이기 위해서는 이 대통령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총은 이 수석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영어 몰입교육 ▲학교자율화 ▲지역교육청의 센터전환 ▲대입자율화 추진 등이 사전에 충분한 여론수렴 없이 발표됨에 따라 폐기되거나 일선의 혼란만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또 참여정부 실패작인 무자격 교장공모제 추진 강행, 공무원․사학연금법 개정에 따른 교원 불안, 교과부 간부들의 모교 및 자녀 학교 지원 논란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청와대의 정무기능 부실 등도 이 수석에게 상당부분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위원=전국교육위원협의회(회장 강호봉․서울교위의장)는 11일 ‘교육정책 혼란의 책임자인 이주호 수석의 즉각적 경질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교육위원들은 성명에서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교육정책의 추진으로 교육현장이 혼란해지고 황폐화되어가는 현실에 우려를 나타낸다”며 대통령은 이 수석을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교육위원들은 “무국적 교육의 전형인 영어 몰입교육, 교육자치 정신을 훼손하는 교육지원센터관련 법안 등 현 정부에서 추진한 교육정책이 현장과의 소통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추진돼 왔으며, 교과부 또한 이 수석의 영향력 아래 정상적인 운영 시스템이 붕괴된 채 ‘아마추어 행정’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수석은 경제학자 출신으로 모든 교육문제를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편향된 교육관으로 무장한 채 교과부 장관 및 관료들을 손아귀에 쥐고 교육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주도, 우리나라 교육 전체를 혼란에 몰아넣은 장본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