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이 현수막과 선전 벽보에 기존 정당의 상징색을 경쟁적으로 사용해 눈총을 받고 있다.
21일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각 후보진영에 따르면 이번 주부터 서울시내 1만여 곳에 내걸린 후보자 선전벽보에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과 유사한 정당의 상징색이 대거 등장했다.
보수적인 성향인 공정택, 김성동, 박장옥, 이영만 후보의 벽보는 한나라당의 상징색인 푸른색 계열을 바탕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주경복 후보와 중도성향의 이인규 후보의 벽보는 민주당과 유사한 녹색을 사용하고 있다. 주 후보는 현수막에는 민주노동당의 상징색인 주황색을 쓰고 있다.
이는 정당표기를 할수 없는 상황에서 기존 정당의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 되지만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정당공천을 배제한 선거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날 선거벽보를 살펴본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선전물이 정당 색깔과 유사해서 각 정당에서 공천받은 후보 줄 알았다"며 혼란스러워했다.
한 30대 주부는 "대선 때와 비슷한 색깔의 선거벽보나 플래카드가 많이 눈에 띄어서 교육감 선거도 정당 공천을 받고 치르는 것인 줄 알았다"며 "알고 보니 후보들의 속셈이 빤히 보이는 것 같아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직장인 주모(33)씨는 "정치적 중립을 가장 철저히 지켜야 할 교육수장 선거가 기존 정치판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광우병 촛불집회 같은 행사에 대해서는 정치색을 띠면 안된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백년지대계인 교육감 후보들이 정치색을 은연중 내비치는 것에 대해 시민들이 침묵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각 후보 진영은 한결같이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 보수성향 후보 캠프 관계자는 "선거를 준비하며 색깔을 골라봤는데 노란색은 열린우리당, 주황색은 민노당, 녹색은 민주당, 초록색은 자민련 등으로 연결돼 쓸만한 게 없어서 파란색을 기조로 사용했다"며 "정당색과 비슷한 것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후보 캠프 관계자는 "후보들의 홍보물이 대부분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비슷한 정당의 상징색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코 의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