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저하·과외 성행에 골머리 국가 지원·학부모 노력이 관건 저소득층, 맞벌이 부부 배려 필요
미국, 일본 등 세계 50여 국가에서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주5일제 수업을 도입·운영하고 있다. 이들 선진국은 우리와는 달리 사회교육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학생들의 체험활동에 큰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최근 들어 계층간 불평등, 학력 저하, 교사 업무 가중 등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일본은 주5일제 수업을 도입하기 위해 10여 년 이상을 연구하고 검토했다는 점에서 큰 시사점을 준다. 1987년 전국 68개교를 조사연구 협력학교로 지정하고 1989년에는 기업체의 주5일 근무 등 사회 변화에 따라 9개 연구학교와 68개 협력학교를 발족시켜 주5일제 수업의 가능성과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했다. 이어 1992년 2학기부터 제2토요일을 휴업일로 하는 주5일제 수업이 도입됐고 1995년 4월에는 유치원, 소-중-고-특수학교를 포함한 모든 학교급에서 매월 2회를 휴업일로 하는 주5일제 수업이 전국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도 주5일제 수업이 교육논리가 아닌 노동환경 변화에 의해 실시돼 금세 여러 가지 문제를 드러냈다. 초창기에는 연간 수업시수가 전혀 축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각급 학교 교사들은 휴무일 수업을 평일에 옮겨 실시해야 했고 토요 가정활동 계획까지 마련해 안내해야 했다. 일본에서는 98년에야 수업일수를 70시간 감축했다. 우리 나라처럼 치열한 입시 상황에서 중고생들이 토요일에 쉬는 문제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많은 중·고교가 휴무 토요일에 학생을 불러내 자율학습, 교과수업을 시켰고 휴무일을 반납해야 하는 교사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사립학교는 주5일제 수업을 실시하지 않는 상황이 이를 더욱 부추겼다. 이 때문에 2002년부터 매주 토요일을 휴업일로 하는 완전한 주5일제 수업을 도입하려는 일본에서는 `주6일 수업으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학부모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은 과도기 없이 1996년 주5일 근무에 맞춰 일시에 초중고교에서 주5일 수업이 도입됐다. 그러나 전인교육의 목표는 사라지고 계층간 불평등 문제와 교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북경시 제1 실험 소학교 교장의 말에 따르면 주5일제 수업으로 많은 학부모가 토요일에 각종 사설학원이나 예체능 특기교육반에 보내고 있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부과한 과중한 숙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학부모와 극장이나 박물관, 유적지를 참관하는 학생들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교사들 역시 주5일 수업을 반기면서도 토요일을 효율적으로 보낼 경제적 여유가 없고 사회적인 여건도 미흡해 무료하게 집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 중국은 주5일제 수업을 위해 주당수업시수를 38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이고 수학, 물리, 화학, 어문 등 4개 과목에서 난이도가 높은 부분을 삭제했지만 △토요일 학생지도 방안 △대학입시 출제 범위 조정 △교사들의 여가 활용 등 산적한 과제를 남기고 있다. 이는 교육여건이 유사한 우리 나라가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1992년부터 주5일제 수업을 실시하고 있는 독일은 획일적인 도입보다는 지역에 따라 월 1회만 하거나 여름에만 주5일제 수업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그러나 독일 역시 토요일 수업을 다른 요일에 할당하면서 반일제 수업이 불가능해져 학생들이 점심 도시락을 지참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학교는 급식시설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적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렇지만 지역사회에 `아동의 마을'이 탄생하는 등 주5일제 수업의 정착을 위해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지역사회 전체가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면서 정착되고 있다. 프랑스는 72년부터 목요일을 휴무일로 정해 운영하다 지금은 대부분 수요일을 쉬는 주5일제 수업을 하고 있다. 또 91년부터는 수요일, 토요일을 쉬는 주4일제 학교도 나타나고 있다. 수요일은 과외활동의 날로 정해 수영을 배우거나 악기연주 등 적성과 재능을 살리는 교육을 받고 있다. 형편이 여의치 않은 학생들은 자원봉사 일일교사가 안내해 체험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특별프로그램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 시설을 개방하고 있다. 미국은 대부분의 학교가 주5일제 수업을 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표준 학력에 대한 학교의 책무성이 강조되면서 제도의 의미가 점점 퇴색돼 가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정광희 부연구위원은 "사회교육시설이 발달돼 있고 주5일 수업을 일찍부터 연구 실시해 온 국가에서도 주6일제 수업 환원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며 "주5일제 수업이 하루 더 노는 제도로만 인식했다가는 많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