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IT) 분야 영재를 선발하는 한국정보올림피아드가 과학고 진학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학부모들의 간섭 때문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학원간 알력도 많아 영재를 찾아내 최고 인력으로 양성한다는 올림피아드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달 18일 치러진 정보올림피아드의 전국 본선 문제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첩보를 학부모로부터 입수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첩보 내용은 서울 강남 소재 특정 학원이 경쟁 학원보다 입상률이 현저히 높아 문제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경찰 관계자는 "제보자의 막연한 진술만 받은 상태로 현재로서는 문제 유출이 확인되는 등의 구체적인 정황이나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입상률을 따져볼 때도 특정 학원이 '더' 높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나 전체적으로 근거가 없다"며 "사실 관계를 더 조사한 뒤 본격적으로 수사할 지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경시대회를 주관한 행정안전부 산하 한국정보문화진흥원도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한편 잡음의 원인이 자녀의 과학고 진학에 대한 학부모들의 열정이 과열된 데 있다고 주장했다.
실력이 비슷한 중학생들이 다투는 과학고 입시의 경우 경시대회 입상 경력이 당락을 가르는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입상권에서 탈락하거나 낮은 수준의 상을 받은 학생들의 부모가 근거 없이 불만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진흥원은 모의고사 문제를 한국정보과학회에 보내 검토를 의뢰한 결과 유사성이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해당 학원 출신 입상자 중에는 유출 의혹이 제기된 문제에서 다수의 0점자가 발견됐고 만점자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정보과학회는 정보통신 분야의 교수.대학원생.기업인 등 2만여명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의 학회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진흥원 관계자는 "지난 달 25일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 출제위원과 운영위원이 의혹을 제기한 라이벌 학원 수강생 학부모 5명을 초청해 장시간 설명했고 학부모들도 수긍하고 돌아갔다"며 "하지만 나중에 누가 경찰을 찾아가 수사의뢰 여부에 대해 상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아이가 받은 동상을 은상으로 바꿔주면 문제를 더 이상 제기하지 않겠다'는 말까지 들었다"며 "사실 여부를 떠나 모든 의혹과 비판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공공기관의 속성을 알고 그렇게 나오는 게 아니겠느냐는 생각에 씁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