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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가르칠 수 있는 용기' 잃지 마십시오



훌륭한 가르침은 결코 테크닉이 아니다. 가르칠 수 있는 용기는 자아와 세계의 가장 진실된 곳에서 우러나온다. 그 용기는 배우는 이들로 하여금
그들의 삶 속에 있는 진실된 곳을 발견하고 탐험하도록 만들어준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들의 삶을 변화시킨다.

미국고등교육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의 한 명으로 선정된 파커 J. 파머의 유명한 교육에세이 "가르칠 수 있는 용기"(한문화)가 출간됐다.
줄기차게 교사의 가슴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해온 사상가이자 실천가인 파커가 피력하는 교육철학은 엄정하면서도 따뜻하고 정열적이면서도 명확하다. 이
책은 교사의 자아정체성이라는 개인적인 물음에서 시작해 교육개혁이라는 대규모 프로젝트로까지 시선을 확대하며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많은 교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요즘, 그는 왜 교사의 내면풍경을 파고들고자 하는 것인지 "가르칠 수 있는 용기"에서 우리는 그 해답을 얻을 수 있다.


훌륭한 가르침은 교사의 자아정체성으로부터 나온다=훌륭한 가르침은 결코 테크닉이 아니다. 그것은 교사의 자아정체성과 성실성에서 흘러나온다. 어떤
교사가 좋은 교사인지를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나쁜 교사에 대해서는 한 마디로 잘라 말할 수 있다. 학생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쁜 교사의
말은 그들의 얼굴 앞에서 둥둥 떠다닌다". 그들은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으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키며 그 결과 학생들에게서도 멀어진다. 반면 좋은
교사는 자신의 자아, 학과, 학생을 생명의 그물 속으로 한데 촘촘히 엮어들인다. 자신의 자아에 튼튼하게 연결되어 있는 교사는 가르치려는 마음을
잃지 않으며 학생들의 가슴을 열고 들어가 진정한 가르침을 창조한다.

객관성이라는 허울 뒤에 숨은 공포에서 벗어나라=훌륭한 가르침의 핵심은 상호연결성이다. 그러나 타자(他者)와 정면으로 부딪히기를 두려워하는 마음
속의 공포가 나타나 우리를 방해한다. "그런걸 생각해보라고 요구하지 말아요. 그냥 사실만 말해줘요"(학생) "여기에 사실이 있다. 이걸 깊이
생각하려고 하지마. 단지 알려주는 대로 알기만 하면 되는 거야"(교사) 자아의 씨를 말려버리는 소위 객관적인 교육은 학생들에게 '나는 ~라고
생각한다' 대신 '~라고 생각되어진다'라고 말하게 한다. 타자와의 만남에 대한 다중적 공포는 우리사회 전역에서 작용하는 문화적 특징이다. 저자는
공포에 기반하고 있는 문화에서 우리의 교육이 얼마나 두려움에 차 있는가를 살펴보고 공포를 물리치고 상호연결성을 회복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머리와 가슴, 사실과 느낌, 이론과 실천, 가르침과 배움을 분리하는 이분법적 교육을 넘어 학생들에게 세상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주제를 중심에 두고 가르쳐라=파머는 새로운 교실모델로 '위대한 사물'을 중심에 둔 교실을 제시한다. 위대한 사물은 항구불변하는 주제를 가리키는데
구체적으로 말하면 생물학의 유전자와 생태계, 철학과 신학의 상징과 지시대상, 문학에서 다루어지는 배반·용서·사랑·상실 등의 원형, 인류학의
유물과 사계, 엔지니어링의 재료가 갖고 있는 한계와 잠재력, 경영학의 조직논리, 음악과 미술의 형태와 색채, 역사학의 패턴과 특이함, 법에서
다루어지는 정의 등이다. 주제를 중심에 둔 교실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경험이나 자아보다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며 삶의 진실을
일깨워주는 타자성과 만나게 한다. 또한 교사는 학생, 학과, 자신의 자아와의 연결성을 회복하여 온전한 교사로 우뚝 서게 된다.

동료교사들과 대화하라=현대의 교육문화는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벽보다 더 높은 벽을 교사들 사이에 세워놓고 있다. 교직은 모든 공적 직업 중에서
가장 개별화된 직업이다. 저자는 이런 개별화 경향 때문에 교사들이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교사들은 서로의 수업을 참관하고 평가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작성한 설문지에 의해서 평가되며 다른 전문직종에 비해 변화에 둔감하고 따라서 성장도 느리며 전반적인 교육능력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료교사들과 구체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분열된 삶은 더 이상 살지 않겠다고 결심하라=파머는 이 책에서 한 개인이 교육개혁운동에 참가해 실질적인 성과를 가져오기까지를 네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첫째는 고립된 개인들이 더 이상 분열된 삶을 살지 않겠다는 내적 결심을 해 제도권 밖에서 새로운 중심을 발견하는 단계, 두
번째는 이 개인들이 서로를 발견해 일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단계, 세 번째는 이 커뮤니티가 자신들의 관심사를 공적인 문제로 만드는 공식화
단계, 네 번째는 이들의 문제의식과 활동이 제도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단계이다. 그러나 파머는 교육개혁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더 이상 분열된
삶을 살지 않겠다는 교사 개인의 용기, 즉 진정한 가르침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심이라는 점을 강조, 교사의 자아정체성이라는 최초의 문제제기로
되돌아온다 /서혜정 hjkara@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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