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인격 함양시키는 신성한 분야 시장논리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아 교육재정 GNP 대비 6%는 최소한 기준 교사가 존중받아야 국가 건강하게 발전
프랑스 파리 8대학교의 국제정치경제학 교수인 필립 골럽 박사(45)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론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대표적 학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미국이 주도해 온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론이 미국을 비롯한 극소수의 금융대국들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나라들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또 하나의 지배 이데올로기'라고 단정한다. 김학준 한국교총회장이 2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필립 골럽 박사를 만났다.
김회장=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론이 또 다른 지배 이데올로기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골럽=자유주의와 시장경제로 포장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론은 세계적 차원에서도 잘 사는 나라들과 가난한 나라들 사이의 빈부격차를 더욱 심하게 확대시키고 있지만 개별적 국가의 차원에서도 잘 사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사이의 빈부격차를 더욱 심하게 확대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론에 반대해야 합니다. 김회장=오늘날 세계의 많은 나라들에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론이 전파되면서 정책수립가들은 교육에 대해서도 이 이론을 적용, 경영의 관점에서 교육을 다루는 것이 상식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학교를 시장에, 학생을 수요자에, 교사를 공급자에 비유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로 인해 학교 특유의 엄숙성이 깨지고 결국 학교와 교육의 존엄성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학교를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골럽=공감합니다. 학교는 시장이 아닙니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관계를 공급자와 수요자의 관계로 설명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바로 그 점에서도 신자유주의론의 폐해를 지적하게 되지요. 교육은 사람의 인격을 함양시킨다는 점에서 신성한 분야입니다. 이것을 시장의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김회장=교원에 대해 행정당국이 통제를 가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골럽=교원은 지식인입니다. 따라서 행정당국이 이렇게 저렇게 통제를 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교원을 행정적 잡무로부터 해방시켜 주어야 하고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대폭 줄여주어야 합니다. 30명이 넘으면 교사가 교육적으로 학생을 충실하게 지도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많아도 25명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김회장=21세기에는 정보화시대에 걸맞게 교원에 대한 연수도 국가가 책임지고 국가 예산으로 체계적으로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골럽=맞습니다. 교육에 관한 제도는 함부로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장기성과 안정을 갖게 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원에 대한 장기적 투자는 꼭 필요합니다. 김회장=유럽의 선진국들은 국가가 교육에 대해 어느 정도 투자하고 있습니까. 국민 총생산(GNP) 대비 6%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권고하고 있는데 이 권고는 지켜지고 있는지요. 골럽=그렇습니다. 그 권고는 최소한의 기준이지요. 한국은 국방비 부담 등으로 제약이 있겠으나 21세기에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이 기준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입니다. 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려면 교육에 대한 투자는 필수적이며 교원에 대한 사회적 예우와 물질적 대우가 높아져야 합니다. 교사가 존중받는 사회에서 국가는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