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사립고의 절반 가량인 67개 학교가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공약 중 하나인 '자율형 사립고' 전환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시내 142개 사립고를 대상으로 자율형 사립고 신청에 대한 희망을 조사한 결과 무려 67개 학교가 자율형 사립고 전환을 요구하며 희망서를 제출했다.
강남의 경우 현대고, 영동고, 중동고 등 유명 사립고 대부분이 포함됐고 종로와 중구도 이화여고, 풍문여고 등 이름 있는 사립고들이 이름을 올렸다.
구로, 금천 지역에서는 희망학교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시교육청은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년 초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는대로 다시 공식 신청을 받은 뒤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25개 자치구에 1곳씩, 총 25개 학교를 자율형 사립고로 최종 선택할 계획이다.
오는 2010년 3월 문을 열게 되는 자율형 사립고는 일반 인문계고의 3배 이내에서 수업료를 받는 대신 시교육청이 지원하는 재정결함보조금을 포기하게 된다.
학생은 중학교 내신과 면접 등을 통해 학교가 자체적으로 뽑을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내 학교 중 2곳을 선택해 지원할 수 있는 '학교선택권' 도입 첫해에 자율형 사립고 25곳이 한꺼번에 문을 열면 전체 고교의 무려 17%가 일반 인문계고보다 학생을 먼저 선발하게 돼 학교선택권의 의미가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립고 중에는 외고 6곳이 일반계고보다 먼저 학생을 뽑고 있고 2010년 은평뉴타운에 개교하는 자립형 사립고인 '하나고'도 학생을 먼저 뽑는다.
공립 중에는 개방형 자율학교인 원묵고ㆍ구현고, 과학고 등 총 6개교가 일반계고보다 먼저 학생을 선발한다.
결국 전체 일반고교(225곳)의 약 17%인 38개 고교가 학생을 먼저 '선점'하고 나머지 학교들이 학교선택권을 통해 지원을 받아 학생들을 뽑게 되면서 학생들의 학교 선택범위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애초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특히 공립고교의 경우 학교 운영에 자율성을 갖게 되는 사립학교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학생 선발의 자율성이 대폭 늘어난 형태의 학교들이 설립되면서 학교 성격별로 서열화되고 30년 넘게 유지돼온 고교 평준화 제도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공립학교의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사립학교에 지원하던 재정결함보조금을 공립학교로 돌려 공립학교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교육청이 교육 취약지역에 대한 지원사업으로 추진했던 '기숙형 공립학교'는 서울시교육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2010년 개교가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내년 추경예산 편성 때 예산 심의를 다시 신청해 기숙형 공립고 건립을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