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일본 대도시 주변의 초등학교가 16년째 우정의 교류를 이어오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26일 오전 부산 강서구 배영초등학교 도서관에서는 애띤 목소리에 어눌한 발음이 뒤섞인 `아리랑' 합창이 울려 퍼졌다.
일본 가고시마현 기리시마시 6개 소학교에서 온 어린이 12명과 교원, 학부모 등 모두 20여명은 이날 배영초등학교를 찾아 `한일 친선 어린이 대사 우호의 날개' 행사를 갖고 마지막 순서로 배영초교 어린이들과 함께 아리랑을 합창하며 서로 우의와 친선을 다졌다.
배영초교와 기리시마시 소학교들간의 우정의 교류는 16년전인 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교생 500여명의 배영초교는 대도시 주변 농촌지역인데다 대형 공항 인근에 위치한 공통점으로 일본 가고시마현 미조베 소학교와 자매결연을 하고, 서로 우의와 친선을 다지기 위해 매년 상호 방문을 약속했다.
비슷한 여건의 초등학교끼리 상호 방문을 통해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우정을 쌓아보자는 취지였다.
이후 한.일 관계가 좋아졌다 나빠지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으나 두 나라 어린이들간의 상호방문은 계속돼 벌써 16년째를 맞게 됐다.
그동안 500명을 넘던 배영초교의 학생 수는 크게 줄어 현재 73명에 그치고 있고, 일본측 소학교들도 전교생이 60~200명 규모로 교세가 위축됐지만 두 학교 어린이들의 우정은 날로 두텁게 쌓여갔다.
2박 3일 일정으로 25일 배영초교를 찾은 일본 어린이들은 배영초교 어린이들의 집에서 홈스테이로 머물며 한국의 문화를 배우고 음식을 맛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또 경주 불국사를 방문해 한국의 역사도 함께 배우고, 자신들이 직접 그린 미술작품 30여점을 가져 와 배영초교에 전시하는 등 미술교류의 시간도 갖는다.
이어 내년 1월 30일에는 배영초교 어린이와 교원, 학부모 등 20여명이 같은 일정과 프로그램으로 일본 기리시마시 다카데 소학교를 찾아 우정을 나눌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미조베 소학교 야마구치 유호(12)군은 "한국 친구들을 만나 친하게 지내고 한국문화를 직접 접하게 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한국 친구와의 우정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배영초교 최진운 교사는 "이념이나 정치성을 떠나 한.일 양국 어린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을 쌓아가는 기회로 상호방문 행사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