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다양화 프로젝트'에 따라 설립되는 자율형 사립고 운영계획의 구체적인 윤곽이 29일 공개됐다.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고교의 유형을 다양화해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함으로써 현행 평준화 체제의 단점을 보완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교육 정책이다.
이미 운영 계획이 발표된 마이스터고, 기숙형 고교가 각각 전문계고, 공립고의 형태를 다양화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자율형 사립고는 일반 사립고를 한층 발전시킨 모형으로서 내년 30곳을 시작으로 2011년까지 총 100곳이 지정될 예정이다.
자율형 사립고 지정을 통해 사립고교 간 경쟁을 촉진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또하나의 입시 명문고를 탄생시켜 사교육을 더욱 유발하고 학교 서열화를 초래할 것이란 논란도 만만치 않다.
◇ 어떻게 운영되나 = 자율형 사립고는 교육과정, 교원인사, 학사관리 등에서 학교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해 학교장이 건학 이념에 맞게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 학교를 말한다.
일반 사립고교 가운데 일정 요건을 갖춘 학교가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을 희망하면 시도 교육감이 심사해 지정하게 된다.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되면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사학 나름의 건학 이념에 따라 자유롭게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외고, 과학고 등 특목고와 마찬가지로 입시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게 되는데 비평준화 지역은 학교 자율적으로 연합고사 성적, 내신 성적 등을 반영해 선발하고 평준화 지역은 시도 교육감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서류, 추첨, 면접 등의 방식을 활용하게 된다.
그러나 과열 입시 경쟁을 막기 위해 지필고사와 교과지식을 묻는 형태의 면접은 실시할 수 없도록 했다.
교과부는 평준화 지역의 자율형 사립고 학생 선발방법 예시로 1단계 서류 심사(학교장 추천서, 학교생활기록부 등), 2단계 개별면접, 3단계 추첨의 방식을 제시했다.
이 중 1, 2단계는 시도 교육감 결정에 따라 생략할 수 있으나 3단계 추첨은 의무화한다는 것이 교과부 방침이다.
학생 선발 범위는 광역 시도로 제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교통상의 불편이 예상되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교육감 간 협의를 통해 인접한 시도의 학생을 모집할 수 있도록 했다.
◇ '자립형 사립고'와 무엇이 다른가 = 이미 전국에는 '자립형 사립고'란 이름으로 6곳(전남 광양제철고, 강원 민족사관고, 전북 상산고, 경북 포항제철고, 부산 해운대고, 울산 현대청운고)의 학교가 지정돼 시범운영중이다.
이번에 설립되는 '자율형' 사립고는 기존 '자립형' 사립고의 단점을 보완하고 자율성을 보다 확대한 모형이라는 게 교과부 설명이다.
현행 자립형 사립고의 경우 법인 전입금 비율(등록금 수입의 25%)이 높게 책정돼 있는 등 까다로운 기준이 많아 자율성이 떨어지고 참여할 수 있는 사학이 한정돼 있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 때문에 수요에 비해 학교수가 적을 수 밖에 없고 이는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이어지므로 학교설립 요건을 완화해 보다 많은 학교들이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율형 사립고의 법인 전입금 비율을 등록금 수입의 3~5% 이상으로 대폭 낮췄다.
학교 운영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우선 학교 지정권자가 자립형 사립고는 교과부 장관, 자율형 사립고는 시도 교육감이다.
자립형 사립고는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할 수 있지만 자율형 사립고는 광역 시도별로 모집해야 한다. 자립형 사립고는 국민공통교육과정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나 자율형 사립고는 국민공통교육과정을 일부 자율로 운영할 수 있다.
기존 자립형 사립고들은 희망에 따라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할 수 있다. 다만 전환 여부와 관계없이 자립형 사립고라는 명칭은 없어지고 자율형 사립고로 통일된다.
◇ 학교 다양화인가, 서열화인가 = 교과부는 마이스터고, 기숙형 고교에 이어 자율형 사립고까지 도입되면 그만큼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이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에 따라 2010년에 마이스터고 9곳, 기숙형 고교 82곳, 자율형 사립고 30곳이 새로 문을 열게 된다.
교과부의 계획대로라면 2011년 이후에는 마이스터고, 기숙형 고교, 자율형 사립고가 총 300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외고, 과학고, 국제고 등 기존의 특목고까지 더한다면 학교 유형은 확실히 다양해지는 셈이다.
하지만 과열입시 경쟁, 사교육비 증가, 학교 서열화에 대한 논란도 만만치 않다.
자사고, 특목고 수요가 많다고 해서 학교 공급을 늘리면 수요가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더 늘어나 오히려 입시경쟁, 사교육이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입학하기 어렵고 등록금도 비싼 자율형 사립고는 결국 일부 부유층 자녀를 위한 '귀족학교'가 될 것이라고 비판한다.
자율형 사립고의 등록금은 시도 교육감 자율로 정하게 돼 있으나 교과부는 일반 사립고의 3배 수준인 연간 450만원 내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스터고나 기숙형 고교, 자율형 사립고 등으로 지정되지 못한 학교들과의 격차 문제도 논란거리다.
교과부는 이러한 우려를 감안해 지정되지 못한 나머지 학교들을 대상으로 '특색있는 학교 만들기 사업'을 펴는 등 지원책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현재 사립학교당 연간 평균 24억원의 보조금이 지원되고 있는데 자율형 사립고에는 정부 보조금이 지원되지 않으므로 100곳의 학교가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된다면 연간 2천440억원이 절감되는 셈"이라며 "이 재원은 일반 고교의 교육 프로그램 개발비 등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