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규사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기구인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출범 1년을 맞았지만 위원들 간 갈등으로 파행만 계속하면서 오히려 사학분쟁을 '조장'하는 기구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일부 위원을 강제 해촉하는 방안까지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등 고심을 거듭하고 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설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약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끝없는 파행…원인은 = 7일 교과부에 따르면 사분위는 2007년 12월27일 출범한 이래 만 1년을 넘겼지만 광운대, 상지대, 세종대, 조선대 등 4개 사학의 정상화 방안 처리 문제로 수개월째 공전되고 있다.
이들 4개 대학의 경우 이미 지난해 6월30일자로 임시이사 임기가 끝나 임시이사를 재파견할 것인지, 아니면 정이사를 선임해 정상화를 추진할 것인지를 사분위가 결정해 줘야 함에도 6개월이 넘도록 심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사분위가 파행만 거듭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들 대학의 정상화 해법에 대해 사분위 위원들 간 견해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사분위 위원은 총 11명으로 대통령이 3명, 국회의장이 3명, 대법원장이 5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위촉한다.
위원들은 대부분 법조인과 교수들로, 성향이 '진보', '보수'로 갈려 정상화 해법을 두고도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교과부와 일부 위원들은 4개 대학에 일단 한시적으로라도 임시이사를 다시 파견해 학교 운영의 파행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진보 성향 위원들은 즉각적인 정이사 선임을 주장하며 임시이사 파견안에 반대하고 있다.
4개 대학의 분쟁 원인은 경영 복귀를 노리는 옛 재단 측과 이를 반대하는 학교 구성원들 간 대립 때문인데, 진보 성향 위원들은 임시이사가 파견될 경우 옛 재단 측 인사들의 복귀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대학의 학교 구성원들도 비리로 물러난 옛 재단 측 인사들이 정권을 바뀐 점 등을 활용해 다시 학교로 복귀하려 한다며 진보 성향 의원들과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옛 재단 측 인사들은 참여정부 때 파견된 좌파 성향의 임시이사들이 학교 경영을 망쳤고 현 사분위원들의 성향도 좌파에 가까워 이들의 손에 정이사 선임을 맡길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결국 사분위원 간, 또 옛 재단 측 인사와 학교 구성원 간 심각한 견해 차와 이념 갈등 때문에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갈등 속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던 정귀호 변호사마저 지난해 11월20일 위원장직을 사퇴, 공석 상태가 한달 이상 계속되면서 2주에 한번씩 열리는 사분위 회의도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 대책은 없나 = 학교 구성원들은 주무부처인 교과부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고 팔짱만 끼고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교과부는 현 사분위 제도상 끼어들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사분위 위원 위촉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고 사분위가 다루는 안건에 대해서도 교과부의 결정 권한이 전혀 없다는 것. 교과부는 사분위가 분규 사학에 임시이사 파견을 결정하면 해당 임시이사들을 선임하는 법적 절차를 밟는 역할을 맡고 있다.
교과부는 문제 해결 방안의 하나로 일부 위원들을 해촉하는 방안까지 내부적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법적 근거가 미약하고 해당 위원과 학교 구성원들의 반발이 예상돼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주무부처로서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사분위를 장관 직속기구로 두거나 위원 위촉권을 장관에게 주는 등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사학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