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홍콩 한국국제학교(KIS Korean International School)가 800만 홍콩달러, 우리 돈으로 14억원에 이르는 발전기금을 유치해 화제다. KIS는 유치원부터 고3까지 현재 480여명의 학생들에게 한국의 교육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막대한 발전기금 유치의 중심에는 바로 하용이 한국은행 홍콩사무소장이 있다. 지난 2006년 홍콩으로 자리를 옮긴 하 소장이 KIS의 열악한 도서실을 보고 한국금융단협의회를 통해 초등생 권장도서 300여권을 기증하면서 학교와의 인연은 시작됐다.
그는 정년퇴직 때까지 마지막 임기 3년을 보내게 될 홍콩의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에 홍콩한인회의 구심점인 KIS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가졌다. 지난해 4월에는 학교 운영위원장에 선임됐고 학교의 안정적 재정운영을 위해 발전기금회 설립을 건의, 5월에는 발전기금회 발기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국내외의 관심과 지원을 모으기 위해 한국교총 이원희 회장과 석동연 홍콩총영사를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기도 했다.
지난 1994년 설립된 KIS는 2003년 SARS사태 이후 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적자를 기록했고 2008년부터는 학교 증축때 발행했던 채권 잔액 640만 달러의 분할상환기간이 돌아와 재정여건이 어려웠다. 한국정부에서 전체예산의 10%를 지원하고는 있지만 나머지는 수업료로만 운영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교사들은 급여를 자진 삭감하면서 학교를 지탱해왔단다.
반면, 중국, 캐나다, 독일 국제학교 등에서는 기부가 활성화돼 수업료만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건물 신·증축, 교내외 행사, 과외 활동에 기부금을 사용, 교육환경을 개선해가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학교발전기금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많지만 기금을 투명하게 관리하면서 모금을 활용하면 KIS의 학교시설 개선, 교사 처우개선, 장학금 마련 등 긍정적인 기여도가 크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KIS발전기금회는 홍콩한인기업, 금융기관, 종교단체, 동창회 등을 통해 모금활동을 시작,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 800만 홍콩달러를 유치하게 됐다.
발전기금회 회장단 내부에서부터 5만 달러씩 기부키로 했고 한인천주교회, 홍법원, 원불교교회, 여성회 등에서 매년 기부를 약속했다. 은행의 300만 달러 채권상환도 2010년으로 연장한 뒤 기부전환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에서는 컴퓨터 70대 등을 무상으로 제공했고 롯데장학재단은 매년 한국 책을 보내고 있다. 특히 하 소장은 금강경을 직접 써서 보내는 등의 노력으로 아시아 최고부자로 알려진 리카싱 홍콩 청쿵그룹 회장의 장학금을 유치해 주목받았다.
오는 9월 한국으로 돌아오는 하 소장은 “남은 기간 동안 발전기금의 유치와 체계 확립에 노력할 것”이라며 “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해 KIS가 일류학교로 도약하는 동시에 한국이 필요로 하는 글로벌 인재를 길러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